저축은행 피해자들의 멍에가 점점 더해지고 있다. 피해 보상방안을 놓고 정치권이 지지부진한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9일 피해대책소위를 열고 피해자들의 예금을 6000만원까지 전액 보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는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한발짝 물러서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법이 통과될지 여부가 불투명해 지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저축은행 사태는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국가배상이 요구된다”며“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는 별도로 현행법 안에서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여당이 지원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특별법 백지화 입장을 밝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대안조차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있고 금융전문가들의 문제 제기도 있어서 조금 더 깊이 있게 검토하며 끊임없이 정책으로 보완해 발전해 나가려고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여야의 갈지자 행태는 이른바 ‘포퓰리즘’논란에 기인한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5000만원까지 보장토록 돼 있다. 때문에 특별법으로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특별한 보상을 하는 것은 예금자보호법의 원칙을 깨뜨리는 것이 된다. 특별법은 소급적용이 안 된다는 점에서 기존 피해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문제다. 더욱이 여야가 특별법에 합의한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특혜’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저축은행 피해의 70%는 부산저축은행에 몰려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이 지역 민심은 예전 같지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뚜렷한 피해 대책안을 마련한 것도 아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피해자 구제방안으로 이른바 ‘국민성금 모금’ 방안을 제시해 여야의 질타를 받았다. 박 장관은 “기존에 있는 법체계를 뛰어넘는 방안은 수용하기 어렵다”라며 “차라리 국민성금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정치권으로부터 곤욕을 치렀다. 정부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저축은행국조 특위 산하 피해대책소위는 11일 최종회의를 열어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피해대책소위는 기획재정부가 제출키로 한 정부 측 보상안과 기존 소위안을 비교해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나 비난여론이 게세지고 있어 특별법이 통과될지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