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채무국 국채 보유량 많은데다 문제 은행 부실담보에도 노출 자칫하면 ECB 재무 상태도 위험
유럽중앙은행(ECB)이 치명적인 리스크를 감수하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의 이번 결정이 2조유로 규모의 ECB 재무제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진단했다. ECB는 앞서 중채무국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국채를 매입하고, 문제 은행에 대해선 담보를 잡고 자금을 빌려줘 이미 충분히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ECB 역시 이같은 문제를 인식해 지난해 자본금을 100억유로로 2배 확충했다.
WSJ은 ECB가 이같은 리스크를 알고도 이번 결정을 내린 점에 주목,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시장의 규모를 감안했을 때, 양국에서 수천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입해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어설픈 규모의 매입은 생색도 나지 않을 뿐더러 ECB의 재무제표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오픈유럽은 최근 조사에서, ECB가 추가적인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ECB는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가 특히 크기 때문에 보유 자산 가치가 4.25% 낮아진 것만으로도 자본이 모두 증발할 수 있다고 오픈유럽은 우려했다.
ECB는 지난해 5월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개시, 현재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3국의 국채 750억유로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WSJ는 ECB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을 피하려면 이미 매입한 것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국채를 매입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다른 유로존 내 중채무국에 비해 훨씬 안전한 투자처이지만 자금을 융자해준 은행이 파산해 담보로 맡아둔 자산 가치가 떨어질 경우다.
이는 지난달,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리스가 선택적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리스크로 부상했다.
ECB는 당시 디폴트된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맡아둬야 하는 경우, 유로존 정부가 ECB를 보증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그리스와 ECB 자신의 재무제표를 방어했다.
WSJ는 유로존 정부가 ECB의 재무제표를 지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유럽의 구제금융이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계획을 서둘러 승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유로존 각국이 분담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