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을 걷고 싶다]④증도 모실길, 갯벌·염전 따라 느릿느릿…

입력 2011-08-0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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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 증도는 바다처럼 넓은 염전과 울창한 해송(海松) 숲, 그리고 낙지와 짱뚱어가 꿈틀거리는 드넓은 갯벌은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사진제공=전남도청)
30여년 전 신안군의 한 외딴 섬 앞바다에서 도자기 한 점이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이어 600여 년간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중국 송·원대 도자기 등 유물들이 발굴되면서 세계의 이목이 작은 섬에 집중됐다. 그 때부터 섬의 별명은 '보물섬'이 됐다. 전남 신안군의 증도이다.

그러나 증도의 진짜 보물은 최근에야 발굴됐다. 바다처럼 넓은 염전과 울창한 해송(海松) 숲, 그리고 낙지와 짱뚱어가 꿈틀거리는 드넓은 갯벌이다.‘증도 모실길’은 섬의 깨끗한 자연과 아름다운 풍경을 느끼기에 충분하게 조성돼 있다. 모실이란 마을의 전남 방언으로 모실길은 마을길을 뜻한다.

증도 섬을 휘돌아 나 있는 모실길은 5개 구간 총 42.7km로 하루 안에 걷기에는 먼 길이지만 조급할 필요 없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slow city)인 이 곳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다. 그리고 느려서 느긋하다. 증도의 모실길이 시계 반대방향인 것처럼 조급한 마음과 자동차를 버리고 느긋하게 걸을 때 이 섬이 가진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전남 신안군 증도를 둘러 조성된 '모실길'의 백미는 '짱뚱어 다리'의 일몰.(사진제공=전남도청)
아무리 바빠도 증도에서 절대 빼놓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짱뚱어 다리’와 ‘태평염전’이다.

짱뚱어 다리는 제 3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약 470m 길이의 나무다리다. 갯벌에 서식하는 물고기인 짱뚱어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갯벌에서 2m 높이에 놓여진 짱뚱어 다리를 건너는 경험은 특별하다. 밀물 때는 바다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썰물 때는 물이 걷힌 갯벌 위로 작은 생명들이 꿈틀거리는 날 것의 자연을 목격할 수 있다. 갯벌 위에 햇살이 부서지는 이곳의 낙조는 손에 꼽히는 절경이다.

다리를 지나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백사장을 지나면 한국에서 가장 큰 염전인 ‘태평염전’이 나온다. 이곳을 처음 본 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염전과 바둑판처럼 잘 다듬어진 염판의 모습에 놀란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무려 1만6000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천일염 생산량의 6%나 된다. 태평 염전에서는 직접 다양한 염전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직접 결정판에 들어가 소금을 긁어모으는 대파질과 물레방아 같은 수차로 소금물을 퍼 올려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증도에 접근하기 위해 배를 타야 했지만 지금은 증도대교가 개통된 후 자동차로 편히 오갈 수 있다. 그렇다곤 해도 서울에서 4시간이 넘는 여정이 결코 짧다고 할 순 없다. 뭘 보자고 작은 섬까지 가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출발해도 좋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시간 남짓이다. 증도에 도착해 첫 발을 떼는 순간 어차피 모두 사라지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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