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장애인 시선따라 범인추적
뺑소니 사건을 목격한 시각장애인과 일반인의 진술 중 누가 더 신뢰가 갈까?
블라인드는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시각장애인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을 깨는 작품이다.영화를 연출한 안상훈 감독은 시작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의 시각으로 렌즈를 조명해 색다른 영상미를 보여준다.
김하늘은 눈은 보이지 않지만 뺑소니 사건의 전과정을 경험한 인물 민수아로 나와 시각장애인의 진술을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는 경찰에게 남다른 추리 실력을 보여주며 점점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사건 당시 탔던 택시에서 났던 냄새를 기억해 용의자의 직업을 분석해내며 오른손에 시계를 찬 것을 기억해 왼손잡이일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논리적으로 풀어놓는다. 반면 유승호(김기섭 역)는 뺑소니 차량이 도주하는 일부분만 눈으로 목격, 차량이 택시가 아니라고 말해 김하늘과 엇갈린 설명으로 수사에 혼선을 빚게 만든다. 또한 사례금 현수막이 붙은 후 뒤늦은 신고로 인해 유승호의 신뢰도는 추락하며 둘은 서로에 대해 반감을 갖게된다.
이같은 갈등은 용의자가 김하늘과 유승호에게 위협을 가하면서 화해 국면에 접어든다. 영화는 김하늘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정을 이용해 두 사람의 협력하는 계기를 만든다. 유승호가 스마트폰 영상통화를 이용해 김하늘을 용의자로부터 도망치게 하는 신은 영화가 청각에 의존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긴박감이 넘쳤다. 용의자가 몸을 숨기지 않고 지근거리에서 김하늘을 감시하는 장면에서는 여느 공포물에서는 볼 수 없는 섬뜩함을 제공한다.
김하늘은 눈을 뜨면서 시각장애인 연기를 해야하는 어려운 역할을 몸에 맞게 잘 소화해냈다. 유승호는 불량한 통닭 배달부로 나와 이미지 변신을 선보인다. 전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유승호의 액션과 욕설(?)을 감상할 수 있다.‘마음이’에 이어 ‘블라인드’서 수아의 안내견 슬기로 출연한 ‘달이’의 호연도 감동을 자아냈다.용의자 역으로 분한 양영조는 냉정하고 침착한 연기로 악역의 또 다른 모습을 제시했다. 경찰로 나온 조희봉은 김하늘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는 인물로 무거운 분위기로 쏠릴 수 있는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
다만 영화는 김하늘과 유승호에 집중한 나머지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블라인드가 공포 영화의 흥행 기근 속에 얼마나 관객을 동원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개봉한 공포물 중에서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만이 79만명을 동원해 겨우 체면치레를 한 정도다. 한편 공포 만 18세인 유승호는 블라인드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관계로 관람할 수 없게됐다. 내달 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