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쟁력’ 틀에 갇혀‘국민주’ 성공사례 배워라
지난해 촉발한 ‘신한사태’는 “주인없는 한국 은행(금융)산업의 한계”를 보여줬다는 지적을 낳았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이끌어가는 금융지주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를 한다는 질타를 보냈다. 하지만 성공한 글로벌 금융회사에는 ‘주인개념’이 없다. 오히려 경영승계시스템을 통해 전문 경영인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면서 견제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은행들의 주인이 없는데다 외부에서 영입된 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은 단기성적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무리한 영업과 투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에 주인이 생기면 중장기적인 성장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논리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주인’에서 나온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는 지적이다. 오너의 리더십이 분명 경쟁력을 일정정도 올려주지만 ‘주인=경쟁력’이란 ‘틀’에 금융산업이 빠져있는 것이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씨티은행 등 해외 대형금융기관도 지분이 다 쪼개져 있어 사실상 주인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은행이 소형일 때는 주인이 있다는 게 가능하지만 증자를 통해 덩치가 엄청나게 커지게 되면 주인개념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주인없는 글로벌 금융사= 호주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은 주인이 없는 상황에서도 성장을 거듭했다. 호주 연방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던 커먼웰스는 민영화를 하는 과정에서 주인을 찾기 보다는 정부 지분을 국민 공모 형태로 처분, 민영화를 마무리했다. 민영화 이후 커먼웰스는 주인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키 듯 성장을 거듭해 아시아 7위권까지 뛰어올랐다.
정부가 일정지분을 보유하면서도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방안도 있다. 북유럽 금융의 최강자인 노르디아그룹의 경우 스웨덴 정부가 지분율 19.8%를 갖고 있지만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흔히 주인이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틀에 갇힌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은 차별화가 안 되는 게 가장 큰 문제지 주인이 없다는 것은 다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지분구조를 보면 외국인이 60% 이상 소유하고 있는 만큼 굳이 주인을 찾아줄 필요성이 적다”며 “오히려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지분이 분산돼 있고 경영승계시스템을 통한 경영 안정화와 견제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