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행원 ‘학력’ 문턱 낮아진다

입력 2011-07-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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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용시장 ‘변화의 바람’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학력 인플레 현상으로 고졸 출신 신입행원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은행 채용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고교 졸업생에게 취업 기회를 대폭 늘리는 등 학력을 차별하지 않는 채용을 대폭 늘리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이 고졸자를 채용해 각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것이 계기가 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8일 고졸자와 지방대생을 배려한 파격적인 신입행원 채용 계획을 내놨다. 내년 상반기 입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150명 규모의 공개채용 때 특성화고 등 고졸과 지방대 출신을 각각 50명씩 뽑기로 한 것이다.

특히 산은은 고졸자들에게 입행 후 일을 병행하면서 은행 비용으로 정규대학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정의 대학과정을 이수한 행원에 대하여는 대졸 출신 직원과 동일한 직무경로(Career Path)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고졸 출신 채용을 1997년 이후 중단했다. 현재 산업은행의 창구직원 245명 가운데 고졸 출신은 38명으로 15.5%에 불과하지만 50명을 신규채용하면 29.8%로 늘어난다.

김영기 산은 수석부행장은 “학력·연공이 아닌 성과·능력중심의 열린 인사를 통한 조직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인재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 뿐만 아니라 KB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도 고졸자 채용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7명의 고졸 신입행원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기업은행 60명을 비롯해 고졸 신입행원 100명 이상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2명의 고졸 사원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20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 40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지난해 고졸사원을 채용하지 않았으나 고교 졸업생만을 별도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고교 졸업생을 채용하는 것은 은행의 사회적 책무일 뿐 아니라 은행의 구성원을 다양화한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며 “고교 졸업생 채용 계획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올 하반기부터 고교 졸업생만 별도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특성화고 학생 취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8명을 뽑았다. 국민은행은 고졸자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고졸자를 5명 채용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5명을 채용했다.

그동안 높은 대학진학률로 인해 은행권 취업시장에 대졸자들이 넘쳐나면서 고졸 행원의 몫이었던 창구 텔러 직군까지 대졸자들이 차지해 버렸다. 실제로 산은에 따르면 미국은 은행 텔러의 83%가량이 고졸 이하인 반면 우리나라는 74%가 전문대 졸업자 이상이다.

은행권 인사팀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은행권에서 고졸 출신 입행이 사라진 것은 학력 인플레 때문”이라며 “은행들조차 대졸자 채용을 선호하면서 고졸 출신들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채용 풍속의 변화가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대졸자만 뽑던 채용 풍속에서 벗어나 고교 졸업자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은행은 고학력으로 인한 취업연령 상승으로 직무에 상응하는 인력 확보에 애로를 겪었던 점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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