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적자감축 협상 평행선...오바마 협상장 박차고 나와

재정적자 감축협상을 둘러싼 미국 여야의 신경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공화 양당 지도자간에 닷새째 이어진 13일(현지시간) 백악관 협상의 마지막 장면은 팽팽한 대치 분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는 한편 협상장소를 둘러싼 신경전까지 더해져 분위기가 갈수록 험억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상은 오바마 대통령과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내표의 충돌로 끝났다.

‘세금문제는 절대 손대선 안된다’며 공화당의 강경노선을 주도하고 있는 캔터 원내대표는 일체의 타협 여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몇개월 시한으로 국채상한을 단기증액시키되, 내년 대선전에 한번 더 의회 표결을 거치는 2단계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캔터 원내대표에게 수차례에 걸쳐 “정략적 태도를 버리라”고 설득하다가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격앙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캔터 원내대표는 협상후 의회로 돌아와 “대통령이 내게 ‘에릭, 협박하지 마라, 이 사안을 국민들에게 얘기할 것’이라고 말하고서는 협상장을 나가버렸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처럼 냉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듯 주말 협상을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옮겨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민주, 공화 양측 모두 고개를 저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14일 “대통령이 우리를 캠프 데이비드로 오라고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고,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캠프 데이비드로 갈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진전이 없는 채 디폴트(채무불이행)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치권에서는 대규모 지출삭감이나 사회보장프로그램 예산삭감 없이 국채상한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자는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의 제안이 디폴트 회피 방법으로 힘을 얻고 있다.

디폴트 현실화시 그 정치적 책임이 공화당에 돌아올 것을 두려워하는 공화당 상원이나 사회보장 예산 삭감을 피하고 싶은 민주당 의원들은 “매코넬 안이 현실적 방안”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백악관은 “이는 바람직한 옵션이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고, 공화당 하원쪽에서도 반대 입장을 표시해 선뜻 합의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