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유럽여행을 떠날 계획인 대학생 박민우(24)씨는 “유로존 재정위기인데 괜찮겠냐?”는 친구의 조언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심각한 전염병이 돌거나 전쟁이 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박씨는 유로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올라 여행경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붙임 설명을 듣고 나서야 이해했다.
최근 그리스를 필두로 한 유로존 재정위기의 해법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리스 국채 처리 방법에 대해 민간금융기관과 유럽연합(EU) 등이 옥신각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벌어지는 일이 원화값의 등락과는 무슨 상관일까? 바로 유로존의 재정위기 여부에 따라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감이 줄어들면서 유로화를 사려는 사람은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줄며 약세를 보였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이 내린 것이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 다음으로 유통량이 많은 통화로 꼽힌다.
유럽에서 벌어진 일은 달러화를 타고 서울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유로화와 달러화가 국제 통화인 반면 원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만 거래한다. 또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와 원화의 거래만 이뤄진다. 국제적인 이슈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로존 재정위기 줄어들면 주요 통화 대비 원화 환율은 내리게 된다.
지난 2일 유로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유로당 1546.29원까지 오른 뒤 내리막을 걸었다. 3일 연속 하락해 지난 7일에는 1521.82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달러당 1066.60원에서 1063.40원으로 3.20원 하락했다.
이번 여름 유럽에 갈 계획이라면 유로존 위기감이 줄어든 뒤에 환전을 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