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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로 가격 인하를 기대했던 소비자들은 실망한 반면, 이들은 관세가 없어지고 가격을 올린 만큼의 이익을 동시에 챙기게 생겼습니다. 샤넬이 지난 4월 상당수 제품가격을 평균 25% 올린 데 이어 루이뷔통도 지난달 24일 한국 내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5% 정도 인상했습니다. 지난 2월에 가격을 인상했던 루이뷔통이 불과 4개월만에 또 올린 이유는 뭘까요?
FTA가 발효되기 전에 인상을 해놓으면 가격을 눈꼽 만큼 내려도 현재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업체들의 대책 차원이었을까요? 명품 브랜들들이 굳이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가격정책을 펼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속내를 모르겠지만 가격을 올려도 한국 명품 시장이 비싸면 더 잘팔리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FTA라고 해서 사전대책을 마련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들어맞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수틀리면 백화점에서 방을 빼겠다는 것도 그들이고, 이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는 국내유통업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가격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막강한 브랜드력으로 좀 더 비싸게, 좀더 희소가치가 있게 만들어야 잘 팔리는 한국 명품 시장의 현주소가 이들의 콧대를 더 세워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좀 머쓱하게 됐습니다. 한-EU FTA로 제품의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를 했는데 명품의 경우 오히려 가격을 올려 버렸으니 기분이 좀 상했을 겁니다. 명품도 대중화되면서 서울 지방 가릴 것 없이 시장 장악력이 커지고 있는데 국가간 맺은 ‘거대 계약’에 따른 효과가 먹혀들지 않는 영역이 나오면 큰 일(?)한 정부는 당연히 맥이 빠지겠지요. 명품 가격을 내려가길 기다렸던 소비자들도 헛꿈만 꾸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