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후폭풍에 시달려온 일본 경제에 V자형 회복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29일(현지시간) 발표된 5월 산업생산은 50여년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고 전날 나온 5월 소매판매는 감소폭을 줄이는 등 경기 회복세가 선명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5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5.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5.5% 증가를 웃돈 것이면서 동시에 지난 1953년 3월(7.9%)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지난 3월11일 대지진과 쓰나미로 침체됐던 생산 회복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5월 예상외 반전은 자동차와 통신기기 생산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생산은 36.4% 증가하며 3개월만에 플러스로 돌아섰고, 일반 기계분야도 통신기기와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5.3% 늘었다.
이 같은 호조는 대지진 피해 복구가 속도를 내면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산업성이 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들은 산업생산이 6월엔 5.3%, 7월에는 0.5%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종합연구소의 후지이 히데히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결과에 대해 “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V자형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모든 산업생산은 6월까지 대지진 발생 전 수준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업계에서 대지진의 충격이 가장 심했던 도요타의 경우 7월쯤이면 생산이 정상화할 것으로 장담했다. 도요타는 대지진 직후 정상 가동 시기를 10월로 예상했으나 이미 90%가 정상 가동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다만 V자형 회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복병으로 전력난이 지목되고 있다.
대지진 및 쓰나미 발발 직후 일본에서는 원전 54기 중 35기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과 가정에 15%의 절전을 요구, 멈췄던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고 LNG 발전소를 신설하는 등 전력난 극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력이 부족하면 생산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3분기 이후에도 V자가 아닌 완만한 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후지이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기업들은 여름철 전력난에 따른 변수를 우려해 회복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조기 회복을 자신했다.
한편 5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대지진 이후 가장 낮은 감소폭이자 전문가 예상치인 2.2% 감소보다 양호한 수치여서 경기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