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M&A전문가들이 예상한 적정가격대인 1조5000~1조9000억원 보다 최대 7000억원이나 더 써내며 포스코와 삼성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아무도 예상 못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던 건 신성장동력에 갈망하던 이 회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다는 게 CJ그룹 안팎의 설명이다.
당장 이 회장의 파격적인 베팅에 따른 ‘승자의 저주’ 얘기가 흘러나왔다.
대한통운은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4조1040억원에 사간 후, 무리한 M&A라는 소리를 들으며 금호를 수렁에 빠뜨렸다. 물론 이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등 그룹 내 경영 악화가 심각하긴 했지만 ‘무리한 베팅이 승자의 저주를 불렀다’는 말은 끊이질 않았다.
CJ는 이번 입찰 가격으로 2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2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M&A 전문가들이 예상한 가격 밴드 최고치인 1조9000억원보다 3000억원이나 더 제시한 것이다. 포스코와 삼성 컨소시엄은 1조9600억원을 제시했다.
CJ가 화끈한 베팅으로 인수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시장에서는 인수가격 적정성 문제가 곧바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매각 완료를 앞둔 지분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보유한 18.98%와 18.62%등 37.6%다. 대한통운이 보유한 23.77%의 자사주와 합치면 61.37%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쳐 M&A 전문가들이 예상한 인수가는 1조5000억원을 상회했다. 포스코가 제시했던 2조원에 못미치는 가격도 대한통운 평균 시가의 100%가 넘는 액수였다.
시장의 우려를 인식했다는 듯 CJ는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공식 입장을 통해 “인수 이후 재무안정성에는 이상이 없다”면서자금조달 자신했다.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그룹 자체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CJ가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삼성생명 보유주식 1095만여주로 29일 시가 기준으로 1조2000억원이 넘는다. CJ지주회사아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중인 자금도 인수에 할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대한통운 인수로 신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며 적정가 매수 논란을 잠재우고 있다.
CJ는 그룹 내 물류회사인 CJ GLS 및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오쇼핑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한통운을 그룹내 주요 성장축으로 삼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과 경쟁하며 2015년까지 물류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 5 물류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지난해 대한통운의 매출은 2조5000억원으로 CJ GLS(1조4000억원)과 합치면 3조9000억원이 된다. 올해는 4조3000억원을 달성이 예상돼 국내 시장에서 3자 물류 1위에 올라서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의 연간 현금창출능력(EBITDA)이 1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보유중인 삼성생명 주식과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을 활용하기 때문에 인수이후 재무안정성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