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이 늘고있다]<上>가족해체·산업화로 모든 연령대서 증가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혼율이 증가함에 따라 혼자 남겨진 중·장년층이 느는가 하면 형제 자매 없이 외둥이로 자란 젊은층 역시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노는 문화를 즐기는 등 나홀로 족(1인 가구)이 보편화 돼 가고 있다.
이 같은 사회 변화로 개인을 위한 맞춤 식품이 등장하는 등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1인 오피스텔 시장은 활황기를 맞고 있고 쪼개서 임대할 수 있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국내‘나홀로족’증가 원인과 사회 변화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 직장인 김중기(30)씨는 7평 남짓한 원룸에 혼자 살고 있다. 그의 방에는 혼자 지내면서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소형 냉장고, 2인용 밥솥 등 생활 가전이 구비 돼 있다. 김씨는 어느 순간부턴가 타인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는 주말이면 혼자 근처 쇼핑몰로 나가 쇼핑, 영화관람 식사 등 모두 혼자 해결 한다. 김씨는 “오랜 기간 혼자 지내다 보니 여럿이 어울리는 건 이제 불편하게 됐다. 생활패턴 역시 혼자서 모두 해결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혼자 밥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잠자는‘나홀로 족’(1인 가구)이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늘어나는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혼자남은 독거노인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취미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늘어나고 형제, 자매 없이 자란 외둥이들이 증가하면서‘나홀로 족’은 모든 연령대에서 크게 늘고 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985년 66만명 가량에 불과하던 나홀로 족은 20여년만에 430여만명으로 무려 6.5배나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2010 한국의 사회지표’에서도 알 수 있다. 1인 가구의 비중은 1990년 9%에서 2010년 23.3%로 급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20년후에는 절반 이상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나홀로족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에 대해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가족 해체와 취업·교육경쟁의 격화, 개인주의 확산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사회적 인식이 매우 개방되면서 독신과 이혼에 관대한 분위기도 1인 가구의 증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홀로 족’의 증가는 한국인들의 삶의 지평을 전반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대학생 10명중 7~8명은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고 혼자 끼니를 때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대학생 4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가 자신이‘나홀로 족’이라고 답했다.
눈여겨 볼 점은 이처럼‘나홀로족’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나홀로족을 보고도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40%는 ‘주도적으로 생활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들에 호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독거노인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의 증가와 고독사(孤獨死)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노인우울증을 앓는 노인은 2009년 14만8000명으로 2004년 보다 1.7배나 증가했다.
사회복지사 장현주씨는“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인층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가족의 위로를 받지 못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