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주최 '규제개혁과 금융의 미래' 국제컨퍼런스서
랜달 크로즈너 시카고대 교수는 23일 "길고 복잡한 자본조달 구조를 가진 금융시스템에서는 기존의 뱅크런보다 훨씬 강력한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크로즈너 교슈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한국금융연구원 주최 '규제개혁과 금융의 미래' 국제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증권화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매우 복잡한 상호연계를 가지며 중개 사슬이 길어지고 , 단기 외부자금에의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금융서비스가 높은 레버리지 비율, 그리고 유동성과 만기 간 미스매치가 존재하는 자산 및 부채를 동반할 경우, 해당 금융회사는 불안정성에 노출됐다"며 "개별 금융회사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지역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으로 위기가 확대돼 펀드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시장 인프라, 감독, 규제를 개선해 불안정성을 완화하고 시장을 보다 강건하게 만들 수 있는 개혁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크로즈너 교수의 설명이다.
크로즈너 교수는 ""장외파생상품을 중앙청산소로 이동할 경우 과도한 상호연계, 레버리지,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정보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파산 및 구제 체계를 개선해 펀드런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한편,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는 계약을 억제해 거래상대방의 위험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함준호 연세대 교수는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 도입은 모든 거래상대방의 위험을 한곳으로 모아 체계적 위험이 집중되는 곳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 교수는 또 "미시건전성 접근은 오히려 더 위험한 시스템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며 "신용사이클과 체계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의 외환건전성부담금과 같은 거시건전성 수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미트리오스 토모코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금융의 취약성 및 규제개혁과 관련해 "장기간의 호황은 금융회사의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만들어 레버리지와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기관 간 수익 경쟁이 위험추구 행위를 심화시켰다"면서 레버리지와 위험자산 비중을 같이 규제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글러스 게일 프린스턴대 교수는 "금융규제의 목적은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창의적인 금융시스템의 성장과 안정에 둬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덩치가 너무 커 망하게 할 수 없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대형 금융회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타카토시 이토 동경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양한 감독과 규제 개혁 노력이 이뤄졌다"면서 "그러나 이제까지의 개혁에서는 부실 대형금융회사의 처리방식이라는 핵심주제에 대한 논의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국적으로 활동하던 부실 금융회사의 처리도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부실 금융회사 처리 절차들이 관련 국가들 간에 조화를 이루면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