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투자자 지분율 확대…일본 기업들 경영권 위기
일본 기업들이 외인 투자자들의 러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300개 상장사의 대주주 명단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말 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30%대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 3월 수준에 육박하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은행이나 보험사가 보유지분을 매도하면 이를 외국인이 덥썩 무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올들어 5월까지 29주 연속 일본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신문은 신흥국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외인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무차별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무방비 상태에 있는 일본 기업들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신문은 6개월간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 ‘OD05’ 펀드에 주목했다. OD05는 중국 국부펀드로, 옴니버스 차이나라는 별명과 함께 증권가에선 이미 입소문이 나있다.
OD05는 대형은행과 캐논, 미쓰비시상사, 신일본제철을 포함해 123사에 10대 주주로 올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OD05 외에 싱가포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환보유고가 풍부한 신흥국에서도 일본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싱가포르투자공사는 미쓰이물산과 올림푸스 등 15사의 대주주로 등재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통화청(SAMA)도 50사에 가까운 일본 기업에 투자했다.
대지진으로 외국인들의 엑소더스를 우려했던 일본 기업들에 이처럼 외국인들의 투자는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외국인들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외국인 행동주의 주주의 난립으로 자칫하면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제강소 관계자는 “최근 대주주인 트레이드윈즈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화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해 가슴이 덜컥했다”고 밝힐 정도다.
파르낫소스 인베스트먼트의 미야지마 히데나오 수석 투자전략가는 신흥국 투자자들의 밀물은 해당국의 경기 과열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는 둔화하는 가운데 가파른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우려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
미국의 2차 양적완화로 대량의 유동성이 풀린 것도 일본에 저가매수세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