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 첫 회의가 큰 성과 없이 종료됐다. 국민의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해 2000년 이후 11년 만에 열린 회의 였으나 이견차만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의료계와 약사계는 의약품 재분류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각자의 이익을 대변하며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향후 논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후 열린 회의에서 양측은 의약품 재분류와 분류체계 개편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목록 재정비 문제는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위한 '정공법'으로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카드.
그러나 의료계는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소위원회가 일반약 약국외 판매 논란 속에 열리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불만을 쏟아냈다.
대한의사협회 이혁 부대변인은 "우리뿐만 아니라 공익대표들도 11년 만에 소위가 열리는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약사계도 약사법 개정을 전제로 추진되는 의약품 재분류 논의에 대해 적잖이 불만을 쏟아냈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제도를 바꾸려면 현행 제도에 따른 국민 피해상황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도 정부는 심야시간 접근성 타령만 했다. 낮 시간 약국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한정된 심야시간 때문에 제도 자체를 바꾸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또 양측은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확연한 입장 차를 보였다.
이 계획은 위원회의 의결이 필요 없이 정부가 추진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약사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고 의료계는 이런 약사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 박인춘 부회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복지부가 너무 많이 몰아친 회의"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부회장은 "회의하기 전에 사전 자료를 배포하고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줬어야 하는데 회의장에 와서야 자료를 받았다"며 "복지부가 위원회에 보고만 하고 의결 없이 곧바로 발표한다면 위원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의사협회 이 부대변인은 정부가 제시한 의약외품 전환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반의약품 가운데 안전이 입증된 품목에 대한 의약외품 전환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이 부대변인은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을 반대하면서 전문약-일반약 재분류에는 찬성하는 약사회를 '이중적'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복지부는 오는 21일 오후 4시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 의약품 재분류 안건과 약국외 판매 의약품 신설 안건에 대해 복지부 자료를 보완해 재논의하기로 하고 첫 회의를 마쳤다.
또 44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문제도 위원회 의결 사항이 아니지만 워낙 양측의 불만이 많아 각 위원의 의견을 제출받아 반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