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 독립성 훼손 우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월 1회 정기적으로 만나 경제정책 현안을 조율하는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두 기관의 실무급이 상시 협의체로 만나는 것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전의 ‘통화금융실무협의회’ 이후 십 수 년 만에 처음으로 물가안정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특히 차관급이 정례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정례회의가 자칫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훼손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과 김중수 한은 총재는 15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상견례를 겸한 조찬간담회를 갖고 한국의 거시경제 전반에 관한 의견을 나눈 뒤 이같은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은 월 1회 운영되는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협의회에는 한은 부총재급과 기재부 차관급, 그리고 관련 실무자들이 참여해 국내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아울러 박 장관과 김 총재는 물가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는 가운데 고용회복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두 기관은 간담회 이후 공동 브리핑에서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내외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 및 전망, 향후 경제정책방향, 정부와 한은과의 협력강화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윤종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약 1시간동안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며 “대내외 경제상황을 평가하고 전망했으며, 양 기관 인식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대내적으로는 물가불안, 가계부채 등 취약요인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거시정책과 관련해서는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고용회복이 이뤄지도록 운영해야 하며, 내수기반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정례회의로 물가안정 정책이 우선시 될 수 있지만 자칫 한은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한은의 정치적 독립이 그 어느 때보다 위축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통화위원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차관급 인사가 참여하는 정례회의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기재부부가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시적으로 만나다 보면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거시경제 정책과 통화정책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경제의 거시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