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발 재계 자정경영中 ] 비리의 핵심은 ‘구매파트’
재계가 삼성테크윈 비리사태로 촉발된 자정경영에 적극 나설 태세다. 내부비리가 이뤄지고 있는 핵심 포인트를 찾아 이를 수술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강도 높은 징계와 교육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기업들의 감사과정에서 비리적발 빈도수가 가장 높은 부분은 ‘구매파트’ 업무와 관련된 곳으로 알려졌다.
제조업종의 경우 제품생산을 위한 부품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부품가격을 중간에 부풀려서 차액을 빼돌리는 행위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2011년 지속경영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사이버 감사팀을 통해 입수된 제보는 2008년 323건에서 2009년 417건, 2010년 472건 등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해고 비중도 18%·20%·28%(총 66명)으로 비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정과 관련된 비중도 7%→8%→23%로 지난해 급격히 높아졌다.
유통제조기업들이 농수산물과 같은 원재료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원재료 구입대금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경우, 대부분 부정행위와 연관이 있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의 경우 입점 수수료와 입점위치 문제를 두고 백화점과 입점업체 간의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사례가 주요 적발대상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개선되고 있지만, 입점위치가 매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입점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좋은 곳에 입점하려는 입점업체들과 금품이 오가는 사례가 아직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금품이나 향응 수수, 법인카드의 개인사용 등과 같은 고질적인 병폐도 감사과정에서 자주 적발되는 단골 메뉴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카드의 경우 사용내역이 회사에 모두 보고되기는 하지만, 일부 직원들의 경우 카드깡 수법을 통해서도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내부통신망인 ‘마이싱글’ 초기화면에는 지난 8일 오전부터 ‘부정한 회사 법인카드 사용은 횡령이며 술·골프 접대를 받는 것은 향응’이라는 내용의 경고 문구가 올라온 점은 가장 쉽게 부정행위에 연루되는 것이 법인카드의 부정사용인 점을 대변해준다.
국내 대형보험사 감사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갑자기 사용금액규모가 커지는 경우 우선적으로 의심해볼 수 밖에 없다”며 “해당 임직원들에게 사용내역에 대한 소명기회를 준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에 따른 인사조치(내부 인사규정에 의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사내불륜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도 사내 감사를 통해 적발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불륜의 경우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예민하다”면서도 “하지만 불륜사실이 알려질 경우 회사명예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도 인사징계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