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 포퓰리즘과 맞서고,親시장 親기업 회복해야

입력 2011-06-01 11:04수정 2011-06-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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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내수활성화 '발등의 불'

MB정부 3기 경제팀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2일 취임하는 박재완 장관의 어깨가 상당히 무거워 보인다.

물가·성장률을 중심으로 한 균형성장은 물론, 감세·전셋값·일자리·국가채무·가계부채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 내수시장 확대 방안은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박 장관은 이달 안에 서민들이 느낄 만큼 체감경기를 살려야 한다.

최근 정부가 ‘친서민’과 ‘동반성장’을 앞세워 기업을 옥죄며 깊어지기 시작한 시장과의 골도 박 장관이 풀어내야 할 만만치 않은 과제다.

◇발등의 불 ‘내수 활성화 = 당장 박 장관 발 앞에 놓인 숙제는 ‘내수 활성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하반기 내수시장을 확대할 방안을 각 부처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해달라”며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이달 안에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내수 활성화를 통해 사회 양극화를 극복하고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경기부양이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이에 따라 규제완화, 정부조달 시스템 개선, 의료·법률·교육 등 서비스 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도 묵직한 현안이다.

소비자물가는 1월 4.1%, 2월 4.5%, 3월 4.7%, 4월 4.2% 등 4개월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에는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대기 중이다.

박 장관 본인도 인사청문회에서 “아무래도 (정부 목표인) 3% 선을 지키지 쉽지 않다”고 말해 4%대로 상향조정 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성장률에서 박 장관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는 성장률에 대해서는 “2가지 측면이 있어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일자리가 당초 전망보다 나아지는 등 긍정적 요인들이 있지만 내수가 침체되고 있어 5% 성장 달성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5% 성장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제 전문가들은 ‘목표’에 집착해, 균형성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협받는 재정건전성 지켜라 = 박 장관의 앞길은 ‘재정건전성’이라는 측면에서 가시밭길이라 할 수 있다. 총선·대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선심성 복지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특히 부담스럽다.

여당인 한나라당에서 추진 중인 감세와 무상복지가 대표적 걸림돌이다. 정부는 예정대로 내년에 법인·소득세 추가 감세방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에서는 소득세는 이미 감세를 철회키로 했다.

박 장관은 “무상복지는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과다 서비스 이용을 유발하고 도덕적 해이와 낭비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재정여건상 감당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대입장이다.

추가 감세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의 상징적 정책으로,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맞서 소득세·법인세 등 당정간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계는 물론 국가마저 빚더미 위에 올라앉은 현 상황도 박 장관에게는 버겁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가계 금융부채는 937조3000억원으로 2009년 대비 8.9% 증가해, 1000조원에 육박했다.

국가채무 역시 지난해 말 기준으로 392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적자성 채무는 200조원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채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밖에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평균 58.9%로 지난 2004년 11월(59.5%) 이후 6년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전셋값(아파트 매매가 대비),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청년실업률도 박 장관이 챙겨야 할 현안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회복도 시급한 과제 = 깊어질 대로 깊어진 시장, 특히 기업들과의 골을 하루 빨리 회복시키는 것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대표되는 MB노믹스를 설계한 박 장관의 당연하고도 시급한 책임이다.

현재 기업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와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기업의 팔은 비틀면서도 정부는 전혀 고통을 분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기업압박은 전방위적이어서, 자유시장 경제 질서도 상당 부분 훼손시켰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지난 1월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정유사 압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원적지 담합 과징금부과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무조사를 앞세운 대형마트 가격 통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공적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 마치 시장을 발 아래 두고 통제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에는 이 대통령이 “과점·독점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공익적 생각을 하면 우리 사회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기름값에 이어 농산물 유통·식품업체들에 대해 또 한번 ‘묘한’ 직격탄을 날리며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 또한 관치를 앞세워 압박만으로 물가를 잡을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박 장관이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은 명령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그널이다. 정부가 정책 목표를 맞추기 위해 시장을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시장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건 철저히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면서 “정부가 시장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노골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엄청나게 훼손되고 억눌렸던 인플레 압력도 언젠가는 더 큰 파괴력으로 폭발할 것"이라며 시장 자율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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