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 실책 어디까지...원전 2ㆍ3호기도 멜트다운 인정

입력 2011-05-24 16:22수정 2011-05-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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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이 뒤늦게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2호기와 3호기의 멜트다운(노심용융)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늑장대응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24일(현지시간) 원전 사고 상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후쿠시마 제1 원전 2호기와 3호기에서도 핵연료가 대부분 녹는 멜트다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도쿄전력은 1호기에 이어 2호기와 3호기의 멜트다운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원자로 내의 냉각수 수위, 핵연료의 노출 실태 등을 모의 분석한 결과, 2호기는 대지진으로 원자로 기능이 자동으로 정지된 지 101시간 후, 3호기는 60시간 후 핵연료 전체가 각각 녹아 원자로 압력용기 바닥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도쿄전력은 2, 3호기 모두 수위가 낮아지면서 노심 온도가 2800도까지 상승, 2호기에서는 3월 14일 오후 8시경, 3호기는 13일 오전 9시경부터 노심 용융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원자력 전문가들과 언론은 그 동안 후쿠시마 원전의 각종 자료를 근거로 1호기는 물론 2호기와 3호기의 멜트다운 됐을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도쿄전력은 현재 측정되고 있는 압력 용기 주위의 온도 등을 감안했을 때 압력용기 손상은 한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연료 대부분이 압력 용기 내에 있었고, 용기 안에 계속 물을 주입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냉각됐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원전 사고와 관련한 실책이 속속 드러나면서 도쿄전력의 대응을 둘러싼 비난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원전 사태가 발발한 지 2달이 지나서야 겨우 당시 상황의 일부를 분석한데다 사고가 예상외로 심각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일한 대응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에너지종합공학연구소의 나이토 마사노리 부장은 “도쿄전력이 사고대응 행동지침 등을 준수했는지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 안전 보안원은 원전의 모든 전원이 기능을 상실했을 경우, 압력을 낮추거나 냉각수를 투입하지 않으면 불과 수시간 안에 압력 용기 내 연료가 녹기 시작해 압력 용기가 손상, 격납 용기 압력도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나이토 부장은 “더 신속하게 대응했다면 수소 폭발이나 노심용융 등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도쿄공업대학의 니노카타 히사시 교수는 “최악의 사태인 압력용기 손상을 염두에 뒀었는지 의문”이라며 “현장 행동지침 준수 여부와 도쿄전력 본사가 내린 지시 등을 검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카하시 미노루 도쿄공업대학 교수는 “상황 분석 결과 공개가 너무 늦었다”면서 “일본 국내외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전력은 “사고발생 당시는 원자로 냉각 작업이 급선무였다”면서 “자료가 이제서야 모이기 시작해 해석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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