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저임금 받는 인턴 전전

입력 2011-05-2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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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워킹푸어]<상>학자금 상환은 커녕 생활비도 못벌어

워킹푸어(working poor)는 일하는 빈곤층이라는 뜻으로 열심히 일 해도 저축을 하기 빠듯할 정도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계층을 말한다. 최근 워킹푸어는 청년층, 파견근로자, 외국인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저임근로의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3월 부터 한 공공기관의 청년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박모씨(28)는 인턴 계약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최근 다시 구직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올해까지 두 번의 인턴경험을 한 만큼 이번엔 반드시 정규직으로 입사하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월급도 적고 정규직 보장도 되지 않는 인턴만 전전하다가는 학자금 빚은커녕 생활비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심한 취업난 탓에 정규직 입사가 쉽지 않아 결국 다시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따른 저임금·비정규직 문제가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빈곤한‘청년 워킹푸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수입에 학자금 빚, 생활비 등을 충당해야 하는 청년 워킹푸어의 삶은 고단하기만 하다. 특히 저임근로의 취업과 실업이 반복되는 ‘회전문의 함정’에 빠져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청년들이 급증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청년연대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발표한‘2011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5.7%가 계약직, 시간제, 파견용역, 일용직 등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준비중이거나 실업 상태인 사람은 14.4%에 이르렀다.

소득 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다. 월 평균 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청년이 54.5%나 되고 90만원 미만인 경우도 30.3%나 된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90만2880원(주 40시간 기준)도 받지 못하는 청년 노동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이르는 것이다.

구직자 김지혜씨(26)는 “중소기업에서 1년 정도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다”며 “주말에도 출근할 정도로 바쁘게 일 했지만 수입이 너무 적어 도저히 돈을 모을 수 없을 것 같아 그만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청년들의 상당수가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급기야 삶을 포기하는 젊은이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청년층의 최저임금 현실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정부 역시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인 실정이다. 2010년 공공기관 청년인턴 채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84개 공공기관에서 채용한 청년인턴 1만4588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 비율은 4.11%(600명)에 불과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계약직 전환 비율도 4.5%(663명)에 그쳤다.

주요 부처 청년인턴 정규직 전환율을 보면 지식경제부 6.79%, 국토해양부 4.30%, 법무부 1.71%, 기획재정부 1.41%, 교육과학기술부 1.06%, 특허청 1.05%, 고용노동부 0.77%, 국무총리실 0.30%에 불과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인턴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턴중 정규직 전환 비율이 39.1%로 집계됐다.

노동연구원 한 관계자는 “채용인원만 늘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기 보다 정규직으로 전환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등 실효성 있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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