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인사 '낙하산' 규제 법제화 추진...대안없는 묻지마식 규제 우려

입력 2011-05-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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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식견 있는 인사 자체 배제 안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대해 ‘낙하산 감사’ 중단에 이어 ‘낙하산 사외이사’도 금지토록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전·현직 임직원들의 금융권 감사 ‘낙하산 관행’을 철폐키로 했다. 이는 사외이사나 상근감사가 관료나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의 퇴임 후 자리보전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대주주 전횡과 회계부실 등 내부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이같은 규제가 금융권 내부견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보다는 자칫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인물 영입을 가로막는 ‘대안없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 출신의 저축은행 사외이사 선임자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을 마련, 올 하반기 중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금융위는 저축은행중앙회 모범규준에 있는 사외이사 자격요건, 선임절차, 역할 등의 규정을 저축은행법에 반영키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감원 퇴직간부가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가는 ‘낙하산 관행’을 차단키로 했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이를 대신하도록 ‘금융회사지배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외 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무거워지는 만큼 낙하산 인사나 대주주의 우호세력을 사외이사로 앉혀서는 내부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이처럼 금융사를 상대로 한 강도높은 규제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자칫 ‘대안없는 규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전문인사의 사외이사 선임을 죄다 낙하산 인사로 몰아 뭇매를 때리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사와 이에 결탁한 감사 비리는 근본적으로 사람의 문제”라며 “대안없이 금융당국 전·현직 직원들의 금융사행을 무작정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임직원의 감사행을 막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낙하산 관행에 대한 여론을 받아들여 제한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선 위헌소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무작정 사외이사나 감사자리에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선임하는 것에 반대하기 보다는 사외이사 자격을 갖춘 후보군을 만들어 각 업권별 협의기구가 이를 관리하고 무작위 선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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