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하면 '악' 내가 하면 '선'

입력 2011-05-19 11:04수정 2011-05-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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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산은금융회장 '선한 관치' 논란 쟁점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계획이 17일 발표된 가운데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선한 관치 논란’이 불붙을 조짐이다.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가 민영화에 배치된다는 주장에 대해 강 회장이 선한 관치를 내세웠지만 선한 관치가 법치주의와 규제투명성 원칙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히 거대 국유은행을 중심으로 선한 관치가 진행될 경우 관치금융을 촉진시키고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강 회장이 최근 우리금융 인수의 근거로 ‘메가뱅크’(초대형 금융기관) 논리를 내세우면서 이같은 논란이 쟁점화되고 있다.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이 합병해 정부가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선한 관치를 펼칠 수 있는 대형 은행이 출범하면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것이다.

실제로 강 회장의 주변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정부 역할을 중시하는 ‘선한 관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며 “정부가 금융회사의 지분을 갖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산은금융이 우리금융과 합치고 정부가 통합 금융회사의 지분을 갖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강 회장을 잘 아는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은행이 큰 역할을 한 반면 순수 민간 금융회사들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선한 관치’는 법적 근거가 없는 사실상의 규제라는 점에서 법치주의와 규제투명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실제로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선한 관치’의 대표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지도를 통해 민간기업의 가격 인하를 유도했지만 시장에선 정부가 ‘반시장적’ 태도를 보였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년동안 금융위의 행정지도 건수는 30여건이 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이 받은 행정지도는 160여건이 넘었다”면서 “100건이 넘는 오차가 있는 것은 행정지도 자체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강 회장의 메가뱅크론을 중심으로 한 ‘선한 관치’가 ‘관치금융’의 부활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거대 국유은행이 생기면 정부 입김이 대출을 통해 기업에 전해질 수 있고,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간 합병은행은 국내 주채무계열 37개 가운데 23개를 맡아 국내 대기업시장의 70%를 점유하게 된다”며 “결국 정부 입김이 은행을 통해 기업에 전해지고, 이는 시장 자율성을 해치는 한편 기업경영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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