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권사 방패막이 된 사외이사

입력 2011-05-17 11:00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사외이사란 1990년도 말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보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감독을 강화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의 사외이사 선임행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검찰과 국세청, 금감원 등 정관계 고위급 인사들로 사외이사를 채우며, ‘외풍막이’로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금융감독원의 대규모 비리와 직무유기 사태로 금융권 전반에 대한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관계 유력인사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가다.

물론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금융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경제전반에 대한 오랜 실무경력과 풍부한 경험 등을 감안해 인사 후보군을 압축하게 되면, 이는 어쩔 수 없다고 증권사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낙하산 감사 파문에도 불구, 이달 27일부터 시작되는 현대증권, 동양종금증권,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주주총회에서는 정부와 금감원 출신 인사들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사전 공식적인 통보도 없이, 이례적으로 금융시장의 바로미터인 금융감독원을 찾아 각종 질타를 한 마당에, 이같은 관행이 또다시 고개를 든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사외이사들의 고액 연봉 역시 논란거리다. 보통 사외이사는 자신의 본업을 수행하며 겸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분기에 한번꼴로 일년에 4~5번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의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 평균 보수는 약 5000만원에 달해 회의당 한번꼴로 10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을 챙기는 셈이다.

일년에 고작 몇번하는 회의로 적지 않는 돈을 쥐게 되는 사외이사들이 금융회사들의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게 되는 이유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현 금융시장에서 보수성이라는 틀을 깨지 않는 한, 금융개혁이라는 말은 한낱 구호로 전락할 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