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벨트 전락…과학벨트 선정 ‘후폭풍’ 전국 강타

입력 2011-05-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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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론 분열만 야기 결국 원점,충청 몰아주기 영,호남 반발

전국이 대형 국책사업 유치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싸움’으로 쪼개지고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거점·기능 지구가 각각 대전.충청 지역에 선정되자 탈락한 지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간 갈등이 최고조로 달하면서 후폭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올 초 신공항백지화 사태와 지난주 LH(한국토지주택공사)본사 진주 일괄배치 여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과학벨트까지 겹치며 ‘정권퇴진운동’까지 불거지는 분위기다.

대통령 임기 말, 국책사업의 갈지자(之) 행태는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의 말 바꾸기 속에, 전국 지자체의 유치전은 경쟁을 넘어 지역갈등으로 비화됐고,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선정시기만 미루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남은 것은 전국이 서로를 겨누는 상처뿐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6일 과학벨트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과학벨트 핵심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들어설 ‘거점지구’로 대전 대덕특구가 산업·금융·교육·연구 등의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기능지구’는 충북 청원(오송·오창),연기(세종시)가 확정됐다.

거점지구로 대전이 확정된 것은 최종입지선정의 주요 평가지표인 ‘연구·산업 기반 구축·집적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우수 연구·산업 시설과 인력 등 과학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근거에서다. 이로써 과학벨트는 ‘충청유치(대선공약)→원점검토 및 삼각벨트설(올2~3월)→충청최종확정’ 이라는 혼선만 거쳐 유턴했다.

과학벨트를 충청권으로 확정한 속내를 들여다 보면 내년 총선.대선을 의식해 세종시로 돌아선 충청 민심을 끌어안으려는 여권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당장 삼각벨트설(충청-광주-대구경북) 이후 유치전에 사생결단했던 영·호남 지역반발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경북·울산·대구 3개 시·도 범시도민유치추진위원회는 궐기대회를 열고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과학벨트 호남권유치위원회도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짜 맞추기식의 정략적 심사”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날 국가 갈등 뇌관 하나를 더 뽑는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LH 본사(경남 진주), 국민연금공단(전북 전주) 이전하는 정부안 최종 심의·의결키로 한 것. 지난 13일 정종환 국토부장관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은 내용을 보고하려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파행, 입도 떼지 못하고 돌아갔다. LH 진주이전 확정 역시 신공항 백지화로 인해 성난 영남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고려라는 지적이다. 탈락한 전북 지역은 보상 차원에서 연금 공단을 내주겠다는 정부안에 대해서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며 “합의하지 않은 어떤 결정도 무효”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결국 신공항 백지화로 인한 영남지역 달래기를 LH 진주이전으로, 세종시로 등돌린 충청 민심을 과학벨트로 무마하는 ‘돌려막기식’ 행태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꼴이다. 이 과정에서 호남은 철저히 배제됐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정권에게는 도대체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개념이 있기나 한 건가”라며 “아무런 원칙 없이 입맛대로 국책사업을 주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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