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IMF총재 성추문에 프랑스 대권구도 '흔들'

입력 2011-05-16 06:22수정 2011-05-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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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1년 앞두고 사회당 유력 후보 낙마 위기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유력후보였던 도니미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에서 성범죄 혐의로 체포되면서 프랑스 정가가 술렁였다.

내달 사회당 경선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왔기 때문이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지난해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막론한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워낙 지지율이 탄탄하다 보니 사회당의 또 다른 대선 주자인 마르틴 오브리 대표가 스트로스-칸 총재가 경선에 나서면 자신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스트로스-칸 총재의 여성편력과 호화생활은 입방에 올랐다.

특히 여성편력 의혹은 그의 '아킬레스건'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논란이 돼 왔다.

그는 지난 2008년 IMF의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의혹이 불거져 경고를 받았고 이후 고가의 저택과 미술품 구입 의혹, 사치스런 생활 등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번에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것은 그간의 구설수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의 이미지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당장 사회당 대선 주자 대열에서 낙마할 위기에 처했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번 스캔들로 사회당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탈리 전 총재는 유럽1 라디오방송에 "대선은 결코 도박을 걸 수 없다"며 "사회당엔 마르틴 오브리 대표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 같은 후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오브리 대표와 올랑드 전 대표, 세골렌 루아얄 전 대표 등 그동안 스트로스-칸 총재에 뒤졌던 다른 사회당 대선 주자들이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권에서는 사안의 폭발성을 감지한 듯 극도로 말을 아끼는 가운데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는 모습이다.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사회당의 대권 주자들도 충격 속에서도 일단 기다려보자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고 르 몽드 신문 인터넷판 등 프랑스 언론이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그의 측근들의 언급도 거의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인 프랑수아 바루앵 예산장관은 프랑스2 텔레비전에 "프랑스 정부는 미국 사법절차와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한다"면서 "따라서 판결 전까지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무죄라는 입장"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사회당의 마르틴 오브리 대표는 "청천벽력과 같다"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당원들에게 평정을 유지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고 밝혔고, 2007년 사회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스트로스-칸 후보를 물리쳤던 세골렌 루아얄 전 대표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며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했다.

스트로스-칸 총재가 낙마할 경우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사회당 대표는 "아직 혐의 수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를 위해서나 그가 몸담고 있는 기구, 우리 모두를 위해 조속히 결론이 내려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회당 일각에서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완벽하게 걸려들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번 사건으로 대권 후보로서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며 따라서 스트로스-칸의 대선 운동이 종식됐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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