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CJ제일제당의 구원투수로 낙점돼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던 김홍창 전 대표가 6개월만에 김철하 총괄부사장으로 전격 교체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CJ제일제당의 실적악화가 김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장 먼저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한 10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2009년에 비해 20.7%나 줄어들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실적이 보여주듯이 CJ제일제당의 성장이 그룹 내에서 가장 더딘 모습을 보이며 부침을 거듭하자 이재현 회장이 구원투수로 그를 불러 앉힌 의도에 부합하지 못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1차적인 해석이다. 예전 CJ증권과 CJGSL 대표 시절에 보여줬던 ‘기업 회생의 달인’으로서의 기질을 CJ제일제당에서는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2000년 제일선물 사장이 된 후 취임 당시 6%이던 시장점유율을 12%까지 증가시켜 단숨에 제일선물을 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CJ투자증권 대표로 와서는 현대중공업에 매각함으로써 그룹 이익에 일조하기도 했다.
두번째는 CJ제일제당이 최근 바이오분야 집중투자와 지난해 이 부문에서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김철하 총괄부사장으로의 교체를 단행케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CJ제일제당은 12일 김철하 총괄부사장이 바이오사업 분야의 전문가로 매년 20%에 가까운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소재부문에서의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부문의 선전으로 인해 더이상의 실적악화를 막았다는 평가도 있다.
핵산과 라이신 등 그린바이오 분야에서 아지노도도와 전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와중에 2013년 2조원 매출 달성을 위해 김 총괄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바이오사업 부문이 글로벌 사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13년 해외매출 비중 50% 달성 등 글로벌 컴퍼니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기존 소재중심의 사업에서 기술중심의 생명공학 사업으로의 변신을 위해서 글로벌 역량과 R&D 역량 등 전문성을 두루 갖춘 김철하 총괄부사장이 적임자로 판단되어 선임된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기업체질을 개선하는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측은 그동안 CJ제일제당 대표이사직을 수행해온 김홍창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