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60일…국내 산업계의 엇갈린 명암

입력 2011-05-12 08:59수정 2011-05-1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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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전자와 석유화학은 영향 미비, 車와 조선·중공업은 희비교차

지난 3월 11일 동일본을 휩쓴 대지진이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났다. 규모 9.0의 강진은 곧바로 거대한 쓰나미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사상 최악의 재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산업과 금융에 총체적인 영향으로 번졌다.

▲대지진 여파로 일본 동북부 산업기반 시설 대부분이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은 대지진 직후 화염에 휩싸인 정유시설.

대지진 발생 두 달이 지난 지금, 글로벌 산업계는 반사이익을 얻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일본산 부품 공급 차질로 역풍을 맞는 기업도 늘어났다.

초기 반사이익이 곧 반사피해로 돌변하는가하면 일본산 부품의 분산 재배치라는 새로운 판도까지 짜여졌다.

국내 기업 역시 다양한 반응 속에서 대응 전략을 다시 짜왔다. 전기전자와 석유화학은 일단 커다란 피해는 피해갔다. 반면 자동차와 조선·중공업은 명암이 엇갈렸다. 일본 대지진 이후 두 달. 국내 산업계의 영향과 반응을 살펴보자.

◇지진 여파 최소화한 전기전자 “2분기까지는 문제 없다”=전기전자 업계는 영향을 최소화는 데 힘써왔다. 당장에

큰 피해는 없지만 큰 반사이익도 없는 상황이다. 우선 2분기 까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달 초 최장 6일 '연휴' 에도 불구하고 LG전자 LCDTV 생산라인은 정상가동하고 있다.(LG전자)

정도현 LG전자 부사장(CFO)는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일본 수입부품이 많은 사업분야에서 걱정이 앞섰지만 일본 대지진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며 “사업본부별로 TFT를 가동해 일본 부품 수입재고를 선제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IC 등 일부 독점적인 부품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오는 6월분까지 재고를 확보했고 상당수 일본 부품업체의 공장이 복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진으로 생산 거점에서 피해를 입은 제조업 가운데 60%이상이 생산을 재개했으며 남은 기업들도 여름까지는 거의 복구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6월 이후를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영향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6월이 되야 앞으로 피해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며 “삼성과 LG전자 같은 대형 업체는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보유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중간 단계의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체들 중 일본에 부품의존도가 높은 곳은 내달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유화학 업계 반사이익 기대 못해=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시장의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 분석이다.

김평중 석유화학공업협회 연구조사본부장는 "일본 석유화학 시장이 우리보다 규모는 크지만 수출보다 내수위주다 보니 국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며 고 말했다.

일부 품목에서는 반사이익이 있었지만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전체로 봤을 땐 이익이 상쇄됐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파라자일렌(PX)을 판매하는 업체는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고 수출이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삼성석유화학, 삼남석유화학 등 PX를 가져다 써야하는 업체는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명암 엇갈린 국산차 업계=국내 자동차 업계는 명암이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일본산 부품 비율이 적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피해보다 반사이익에 웃었다. 반면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먼저 현대기아차의 일본산 부품 비중은 1% 내외다. 일찌감치 부품 수직계열화를 구축해오며 글로벌 소싱에 주력한 경쟁 메이커보다 피해가 적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일본 부품조달 차질이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만일의 일을 대비, 일본산 부품의 대체재와 대체 공급선을 마련한 상태다.

오히려 현대기아차는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올 1분기 미국시장에서 점유율 10%를 육박했고, 신형 아반떼와 포르테 등의 인기로 1분기 준중형급 판매 1위도 달성했다.

반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일본 지진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받은 케이스다.

한국GM은 지난 3월 중순 일본 지진으로 인해 일부 공장에서 주말특근과 잔업을 중단했다. 일본산 부품 공급 차질 때문이다. 때문에 당시 한국GM은 하루 400대 정도 감산에 돌입했다.

르노삼성 역시 닛산 계열 부품사로부터 변속기 및 엔진을 조달받아온 탓에 지진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졌다. 3월 중순부터 특근 및 잔업을 중단했고, 4월엔 20% 감산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감산의 영향은 곧바로 나타났다. 르노삼성은 4월 전년 대비 56.6% 감소한 670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희비가 엇갈린 조선업계=국내 조선업계는 희비가 교차했다. 상당수의 일본 제철소가 피해를 입 후판가격 상승이 가시화 됐고, 후판가격 상승은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원자력 수요 대체에너지로 LNG(액화천연가스)가 부각되며 LNG 수송선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했다.

최근 포스코를 필두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가 잇달아 가격인상을 결정하면서 조선업계가 울상이다. 일본 대지진으로 국내산 후판의존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가격인상이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부 주요 조선사는 원가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선가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별선종에 따라 선가가 다르게 반영돼 일부 선종은 전가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본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로 LNG가 꼽히고 있어 발주량 급등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일본에서 향후 10년간 43척의 LNG 수송선 수요 증가와 더불어 전 세계 LNG 발주량은 향후 7년간 284척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수송선과 해양플랜트 등 LNG 관련 수주 규모는 7년간 14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철업업계의 영향의 미미했다. 포스코는 지진으로 일본 철강회사가 피해를 당한데다 전력난까지 겹쳐 일부 감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일본에서 수입해 오던 국내 열연, 후판, 선재 사용 업체를 위해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제품 증산 요청을 받고 있지만, 당장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매출 등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진 공포가 확산되면서 내진성능이 향상된 건축구조용 열간압연 H형강 등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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