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 열린 부산저축銀

입력 2011-05-03 11:26수정 2011-05-03 17:5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서민예금 쌈짓돈 유용…대주주 모럴 해저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부산저축은행은 가히 불법 비리의 종합판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아 시행사업을 하는, ‘수신 기능을 갖춘 부동산 시행사’였다.

2일 검찰이 밝힌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비리는 불법 대출, 분식회계의 규모뿐만 아니라 건전성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각종 편법 등 질적 측면에서도 그 어떤 비리 사건에 뒤지지 않았다.

고객 예금을 자기 돈 처럼 생각하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의 모럴 해저드와 검찰이 두 달여 만에 파헤친 불법 비리를 수년 동안 밝혀내지 못한 금융당국의 무능함에 따른 책임은 애꿎은 예금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지난 2006년부터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규모는 4조5942억원, 지난 2년간 분식회계 규모는 2조4533억원이다. 자산 4조원대의 금융기관이 저지를 수 있는 비리 규모라고는 볼 수 없는 금액이다.

불법 대출은 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이뤄졌다. 저축은행권에 적용되는 동일인 여신 한도 규제를 피해가기 위함이다.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하나의 사업장에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이런 SPC가 120개에 달했다.

SPC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 개발 이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받게 된다.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야 할 고객 예금을 받아 대출이 아닌 투자를 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기울기 시작하자 이자도 못 갚는 사업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이자를 갚으라며 사업장에 추가로 대출을 해줬다. 차명을 이용한 무담보 신용대출이었다. 금융당국이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이같은 ‘증액대출’ 규모가 무려 7500억원에 달했다. 이렇게 대손충당금을 쌓거나 상각 처리해야 할 채권을 우량 채권으로 둔갑시키거나 이중 장부 등을 통해 부실을 숨긴 분식회계 규모가 2년간 2조4533억원으로 대우사태 이후 최대규모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 장관이었다.

부산저축은행은 미술품 갤러리를 운영하는 부산2저축은행 대표의 친척에게 23회에 걸쳐 326억원을 대출해줬다. 또 박연호 회장의 개인 채무 44억5000만원을 변제한 정황도 포착됐다.

영업정지 직전 박 회장은 영업정지 전 부인의 명의로 된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1억7100만 원을 빼갔고 영업정지가 떨어지자 자신의 임야에 친구 명의로 10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김양 부회장은 주식 계좌에서 수억 원의 현금을 빼서 친척에게 줬다.

자신의 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던 예금자들이 문 닫힌 은행 앞에서 아우성을 치는 사이 대주주는 자기 재산 지키기에 골몰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가 밝힌 부산저축은행 5개 계열사 총 3조1290억원에 달했다. 즉 대출을 다 회수해도 돌려줘야 할 고객 예금에서 3조원 이상 빈다는 의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