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標퓰리즘’에 빠져 길 잃은 국회

입력 2011-05-03 11:00수정 2011-05-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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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상한제 발의-이자제한법 추진 등 민심만 살펴

“정부는 포퓰리즘에 빠져 국익에 반하거나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을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선거철 포퓰리즘이 재정안정을 해칠 수 있다. 선심성 복지를 피해야 한다”

지난달 한나라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 4.27재보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반(反포)포퓰리즘 발언이 잇달아 이어졌다. 가깝게는 당시 4월 재보선 멀게는 내년 정치 일정에 따라 선심성 복지와 조세감면 등 재정 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입법이 난무할 것이라는 염려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포퓰리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비롯해 세종시 원안 건설 추진 공약,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건설을 뒤집으며 국민들로부터 공약(空約)을 남발했다고 원성을 산 바 있다.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여야는 벌써 과도한 재정 지출을 필요로 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부산권 의원들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으로 18대 국회 포퓰리즘 정책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이처럼 선거에 앞서 ‘포퓰리즘에 기대지 않은 현실정치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與·野 막론 포퓰리즘 입법 러시 = 18대 국회들어 여야를 막론하고 표를 억기 위한 포퓰리즘 입법이 난발됐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최대 쟁점이 된 ‘무상급식’이 포퓰리즘의 논란을 점화시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핵심 선거 이슈로 등장했고 무상급식을 주장하였던 야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민주당은 ‘무상(無償) 시리즈’를 추가하면서 19대 총선, 나아가 대선 승리도 엿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무상 복지 확대에 따른 국민의 부담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양산 등 현실적 난제가 놓여 있다. 민주당 내부조차도 재정확보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야당의 무상시리즈에 대한 표심을 확인한 여당조차도 포률리즘 입법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한발 더 나아간 듯한 모습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전월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이 ‘전·월세상한제’를 내놓자 여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부분적 도입의 ‘전·월세상한제’를 발의했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입법이라고 하지만 전월세 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집 소유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는 반대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여야 의원들이 서민층 반발을 이유로 유보됐다. 뉴타운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의원들이 경기불황, 정착률 저조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뉴타운 특혜법’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전세난을 해소하기 위한 소형주택 의무제 등이 포함되긴 했지만, 용적률을 높여주거나 공공부문에 기반시설비용을 부담케 해 사업성을 높여주는게 주요내용이다. 이에 내년 총선을 앞둔 민심을 달래기용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다.

모든 대출금리의 상한선을 연 30%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이자제한법도 시장에선 대표적인 포퓰리즘 입법으로 꼽히고 있다. 한나라당 서민특위가 만들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이 법안은 “4.27 선거의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금융권의 반발을 불러왔다.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여당내에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감세를 철회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마련돼 감세논쟁이 재점화 될 전망이다. 서민의 눈치를 보느라 고소득층에 추가 증세 방안이 채택될 경우, 차기 총선으로 앞두고 포퓰리즘의 ‘완결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판단은 유권자의 몫? = 마땅한 제도 없는 의원들의 포퓰리즘 입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정치에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데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형준 교수(명지대 정치학과)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선거에선 복지가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포퓰리즘 입법과 공약이 많아질 것이다. 현재로선 이를 제어할 장치가 없는 실정”이라며 “각 정당에서의 공천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의 입법활동과 포퓰리즘적으로 가는 공약들에 대해선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많은 유권자가 반응할 수 있는 메가이슈 공약과 포퓰리즘 법안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과거에 비해 유권자 의식이 올라갔고, 합리적 대안인지 여부, 재정이 뒷받침없이 추진되는 포퓰리즘적 법안에 대해 유권자들이 쉽게 호응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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