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한나라 - '단합' 민주

반면 민주당은 재보선 승리로 평온한 기색이지만 물밑에선 차기 원내대표를 놓고 계파 간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孫心(손학규)과 朴心(박지원)이 어긋날 경우 충돌이 표면화될 수도 있다.
◇ 홍사덕의 역공 = 홍사덕 의원이 분당 카드를 빼들었다. 친박계 핵심 중진인 그는 “새 지도부 구성과 주요 당직 배분에 따라 최악의 경우가 올 수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는 분당(分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다면 분당을 해서라도 (차기 대권을 놓고) 승부하는 거고, 그 경우에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 발언이 전해지자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혔다. 주류 역할론과 주류 책임론이 첨예하게 맞붙는 상황에서 친박계마저 ‘박근혜’를 무기로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기 때문.
홍 의원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재보선에 지고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당을 재편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할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축이 돼 움직이는 비대위 구성 및 원내대표 선출에 대한 강력한 경고 의미다. 허태열 의원도 이날 기자에게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틀을 가지고 뜻(대권)을 펼치기 어렵다면 극단적 선택도 배제할 수 없다”며 “홍 의원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차기 원내대표를 둘러싼 친이계 내분(이재오-이상득)에 민본21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의 ‘주류 배제론’이 겹친 상황에서 친박계마저 극단의 카드를 빼듦에 따라 재보선 참패의 칼바람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2일 펼쳐진 백가쟁명식 난상토론도 당을 진정시키기보단 갈등의 비등점으로 치닫게 했다는 분석이다.
◇ 대권 ‘손학규’ 당권 ‘박지원’ 원내대표 ‘?’ = 재보선 압승의 민주당은 손학규 체제가 급속히 공고화되는 모양새다. 끊임없던 계파갈등은 진정세 국면에 접어들었다. 재보선 직후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과의 지지도 격차를 오차범위내로 뒤쫓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당은 사기충천에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거듭 중인 원내대표 선출이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할 조짐이다. 18대국회를 마무리 지을 이번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과정에서 공천에 일정 부문 영향을 미칠 터라 각 계파의 손익계산이 분주한 것. 사지에서 생환한 손 대표의 의중과 차기 당권 0순위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속내가 또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1일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선언한 강봉균 의원(3선·전북 군산)은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反정세균 의원은 모두 내편”이라며 계파 선긋기에 몰두하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지역성을 이유로 강 의원을 내심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강 의원의 강력한 경쟁상대인 김진표 의원(재선·수원 영통)은 정세균계의 지지와 더불어 손 대표의 측면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럴 경우 손심과 박심이 엇갈려 두 사람 간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당내 핵심관계자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만을 놓고 보면 대권은 손 대표, 관리형 당권은 박 원내대표로 굳혀졌다”면서 “삼각벨트를 구축할 원내대표를 놓고 두 사람 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 또 다시 당이 갈등으로 점철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