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 게시판 통해 CEO-직원 아이디어 공유
작년 12월 입사한 공채50기 신입사원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보고서를 부사장에게 보고했다. 부사장은 신선한 생각이라며 CEO직속 의결기구에 안건으로 올렸다. 며칠 전에는 마케팅에 대해 아쉬운 점을 썼더니 사장은 직접 답변을 달았다. 오늘도 신나게 일한 신입사원은 6시 정각에 집으로 향했다.
이것은 드라마도 아니고 사장님 아들 얘기도 아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문화를 바꾸기 시작한 동양종합금융증권의 실제 일상이다.
유준열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작년 1월 기업문화혁신팀을 새로 만들었다. 5년 전보다 직원 수ㆍ지점 수가 모두 2배 이상 늘어날 만큼 급성장한 만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고유한 사내 문화로 내실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호영 기업문화혁신팀장은 “기업문화 혁신의 최초 수혜자는 직원, 최대 수혜자는 고객”이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동양종금증권은 먼저 소통을 강화했다. 사내 인트라넷 ‘T-one’에 ‘TONG나무’라는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어 사장과 직원의 소통 공간을 만들었다. 사장이 글을 올리면 직원이 댓글을 달고, 직원이 제안을 하면 사장이 답변한다.
225개 부서의 임직원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제안마당’과 업무관련 지식을 함께 공유하는 ‘공감영업 know-how’도 T-one의 중요한 인기 컨텐츠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지식들이 모이고 커졌다. 유준열 사장은 이렇게 축적된 지식과 아이디어를 회사의 귀한 자산으로 봤다. ‘지식마일리지’는 지식 공유에 참여한 직원을 위한 보상 체계다. 다양한 아이디어ㆍ지식ㆍ관심사 등을 공유할 때마다 마일리지를 적립한다. 적립된 마일리지 1점당 현금 1원으로 인정해 기부ㆍ상품권 구매ㆍ현금보상ㆍ팀 복리후생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월 시작한 ‘Pass Report’도 주목받고 있다. Pass Report는 전 직원이 주제 제한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중간 단계 없이 원하는 임원에게 직접 보고하는 제도다.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글을 올리고, 인트라넷 담당자가 업무 담당자를 찾아 전달하고, 업무 담당자는 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에게 보고하고, 임원-부장-차장-과장-대리에게 결제를 받고, 인트라넷 담당자에게 다시 전달하고, 인트라넷 담당자는 최초 제안자에게 답변하는 지리한 과정은 모두 산뜻하게 사라졌다.
담당 임원을 직접 지정해 얼굴을 보고 얘기하다 보니 아이디어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고 직원들의 성취감을 높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함께 얻고 있다. 우수한 보고서는 CEO 직속 의결기구인 기업문화혁신위원회에 상정돼 속전속결로 처리된다.
또 대리급 이하 직원들이 경영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Challenger Board’, 팀과 팀이 만나 서로 업무를 이해하고 유대감을 쌓는 ‘Cross-Team Meeting’ 등 소통경영, 지식경영을 위한 방법들이 다양하게 열려 있다.
즐거운 일터(GWP: GreatWorkPlace) 만들기를 위한 노력도 다채롭다. 작년 5월 도입한 직원 헬스케어 프로그램은 금연펀드를 조성해 수많은 직원들을 담배와 이별시켰고, ‘원하는 술을! 원하는 만큼! 원하는 시간까지!’로 정리되는 동양종금증권만의 회식문화는 ‘T-Shot 캠페인’으로 뿌리내렸다. 매월 1회 정시에 퇴근하는 ‘SweetHome day’로 직원 가족들을 챙겼고, 사내 사회봉사동호회들은 주변 사회까지 돌아보고 있다.
지난달 동양종금증권은 이런 변화들을 담아 새로운 기업가치를 선포했다. 동양(TongYang), 일체(Oneness), 혁신(Never-ending Change), 인재(Global Talent), 고객(Customer Focused)의 영어 첫 글자를 딴 ‘TONG’S Credo’다. 유준열 사장은 “경영의 나침반 역할을 할 핵심가치를 통해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