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정비예정구역중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곳의 구역 지정 해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그 동안 구역에 지정되기 무섭게 치솟았던 재건축·재개발 부동산시장에 미칠 여파가 주목된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중 장기간 사업 추진이 미흡해 주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고 있는 32곳에 대해 지정구역 해제를 추진한다고 25일 밝혔다.
이전에도 시는 장기적으로 정비예정구역 제도를 폐지하고, 정비예정구역 지정 이후 오랜 기간 추진위원회를 설립하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나 주민들이 요청하는 지역은 예정구역 해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현재 서울시의 정비예정구역은 315개소(재개발·재건축 281개소, 주거환경개선 34개소)로 1998년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을 처음으로 지정한 이후 2003년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도입되면서 정비예정구역이 급격히 늘어났다.
시는 해제되는 구역은 현장조사를 통해 필요한 지역은 휴먼타운 조성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상황을 볼 때 다수 지역에서 휴먼타운 조성을 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휴먼타운이라는 모델 자체가 생소한 데다, 사업성 실현이 불투명해 해당 구역 부동산의 가치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휴먼타운 조성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최근 서울시가 뉴타운 존치구역 일부에 대해 건축제한을 풀겠다고 밝히자, 해당 구역의 거래계약을 취소하는 사람이 늘고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모습은 개발구역 해제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일시다발적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비사업의 일정 부분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구역 해제된 지역에 대해 예산을 제대로 들이지 않는 휴먼타운 조성이 이뤄진다면 집값 하락과 더불어 더 큰 주민 불만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가 발표한 해제 추진 지역 32곳은 주민 의견에 따라 자치구청장이 서울시에 해제 요청을 한 지역이긴 하나 반대 의견 또한 존재할 수 밖에 없고, 해당구역뿐 아니라 주변지역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집값 하락이 가시화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마포구 Y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성을 보고 뛰어든 투자자들의 충격이 심하다”고 전하며 “개발이 취소되는 구역뿐 아니라 마포구 일대가 당분간 하락세를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