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라 할때 안올려... "죽어봐"

입력 2011-04-15 10:54수정 2011-04-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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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식품업계 가격인상폭 인상시기 강요

정부가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폭과 인상시기 등을 강요하는 등 물가억제정책이 도를 넘고 있다.

식품업체를 불러 물가관리대책회의를 진행하면서 인상폭과 시기 등을 정해주고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인상 날짜를 늦추라고 요구하는 등의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라면과 아이스크림 리뉴얼을 통한 가격인상에 대해서도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거래법을 들먹이며 면밀한 조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식품업계에 대한 정부의 물가통제가 도를 넘고 있다. 식품가격 인상시기과 인상율을 강요하는가하면 이를 지키지않는 기업에는 직권조사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 사진은 15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제품가격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지난 14일 물가관리대책회의에서 지식경제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물가관련 부처 소관 아래 있는 기업에 대해 가격 인상 폭과 인상시기까지 업체에 강요해 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경부는 최근 정부 합동 물가관리 대책회의에서 설탕값의 인상폭과 시기에 대해 인상률을 한 자릿수 이내로 조정하고, 인상을 요청한 날짜도 1주일이나 늦춰 인상토록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지난달 식품공업협회 및 소관 기업과 함께 물가대책회의를 매주 진행해 정부와 식품업계가 올 4~6월 품목별로 순차적인 가격인상을 진행키로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농식품부는 식품회사들의 원가 내역서까지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이 공개한 지난달 말 작성된 농식품부 관련 문건을 보면 올 4~6월 사이 업체별로 순차적으로 9% 안팎의 인상을 진행키로 했다.10%에 못 미치는 한 자릿수 인상률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매달 중순까지‘데드라인’을 설정해 담합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체별로 간격을 둬 올리기로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이달 16일까지 업체별로 껌, 캔디, 초코파이, 비스킷, 초콜릿, 스낵, 커피믹스, 아이스크림, 식용유, 햄(국내산), 유제품(혼합우유·요플레), 청량음료 등을 인상할 예정이었다.

이후 다음달 16일까지 두유와 소스류(고추장, 간장, 된장, 조미료 등 포함) 등 장류를, 마지막으로 오는 6월 16일까지 제빵, 라면, 통병조림식품, 레토르트, 냉동식품, 다류, 햄(수입육) 등이 가격인상 대상이었다.

하지만 해태제과가 지난 5일 평균 8% 가격인상을 단행하자마자 ‘꼼수를 부린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자, 정부가 지난 7일 회의를 통해 인상 시기 연장을 요구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협의된 대로)제과업체가 16일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자 정부는 이달 중순에 가격을 올리면 재·보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니 가능하면 월말에 올릴 것을 협조 요청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3개월간 순차적으로 가격인상을 진행키로 정부와 업계가 협의를 마친 상황에서도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농심과 롯데제과 등이 각각 ‘신라면 블랙’과 ‘월드콘’을 리뉴얼해 비교적 큰 폭의 가격인상을 단행하자 공정위가 다시 칼을 빼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동수 공정거레위원장은 일부 식음료 제품의 '리뉴얼'이나 '업그레이드'를 통한 가격 인상에 대해 "무리한 가격 인상이거나 과도한 부분이 있는지 공정거래법의 잣대로 면밀히 들여다보고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업체의 비슷한 사례 움직임이 보이자 정부가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식품업계 고위 관계자는 “시장경제가 작동되는 나라에서 가격 인상폭과 인상 시기까지 정해주는 나라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며 “리뉴얼한 제품은 재료를 고급화하고 용량을 조정한 것인데 가격에 토를 단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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