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나는 3대 보험...'국민복지 불안하다'

입력 2011-04-12 11:36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국민복지의 마지막 보루인 ‘3대 보험(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이 재정 고갈 위기에 처했다.

3대 보험 재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고용보험과 건강보험의 경우 매년 수 백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그 심각성 더해 가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고용보험은 2013년 보험재정이 고갈되고 건강보험도 2012년 8833억원인 연간 적자폭이 2030년에는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연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2년간 10%대의 운용수익을 올리긴 했지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지급액 급증으로 앞으로 50년 후엔 국민연금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3대 보험의 재정 실태를 알아보고 대안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바닥나는 3대 보험...'국민복지 불안하다'
◆건강보험, 수입보다 지출 많은 구조…2030년 50조 적자 예상

직장 보험가입자 2030년 소득 13% 내양 균형 맞춰

국민 10명중 9명꼴로 이용하는 건강보험(건보) 재정 악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건보 재정적자는 1조3000억원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재정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건강보험 총수입은 33조5605억원 이었은데 반해 총지출은 34조8599억원으로 1조29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 보니, 건보 재정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 2009년에는 3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51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에는 281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또한 2013년에는 1조5000여억원, 2014년 3조1000여억원, 2015년 4조7000여억원, 2018년 10조7000여억원, 2022년 20조4000여억원, 2030년에는 무려 49조5654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보재정 악화의 주된 이유는 수입원인 보험료 부과액보다 보험급여비 지출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불균형 탓이다. 즉, 의료기관에 대한 건보 수가를 매년 3%씩 인상한다고 가정할 때 전체 지출은 2021년 100조원을 넘어서며 2030년에는 19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경우 건보재정 당기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재 5.64%인 직장가입자 보험료율을 2020년 8.55%, 2030년 12.68%까지 올려야 한다.

소득의 13%에 가까운 액수를 건강보험료로 내야만 건보 재정 수지가 균형을 이룬다는 뜻이다.

또 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4개 대형병원의 연간 외래환자 수는 300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대형병원(3차 의료원) 외래진료 건수중 동네병원(1차 의료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 무려 32.5%(2009년 기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즉, 감기 등 경증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동네병원 의료전달 체계가 무너졌고 이로 인한 환자 쏠림현상으로 의료기관간 경쟁을 촉발하면서 병상 및 장비 과잉 투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런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의료체계를 바로 잡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정부는 현재 종합병원(2차 의료원)이나 대형병원 외래진료를 받는 경증 환자들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최대 50%까지 인상하고 영상장비 검사료의 보험 수가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해 오는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진 장관은 “이해 당자들(의사,약사,환자,제약사)이 조금씩 고통분담을 해야 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다”면서 “저항이 있더라도 반드시 해결(건보 재정)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고용보험, 실업급여 수혜자 급증세…2013년 적립금 고갈위기
◆고용보험, 실업급여 수혜자 급증세…2013년 적립금 고갈위기

노동계 “방만 운영…근로자에게 책임 전가”

고용보험의 기금 고갈 문제는 건강보험 보다 더 심각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해 2009년 말 부터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 규모가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연간 지출액의 1.5배 수준에 밑돌아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실업급여계정 적자폭은 2007년 1069억원, 2008년 3661억원, 2009년 1조5356억원, 2010년 1조1798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실업급여 지급자와 지급액 규모가 급증 때문이다. 2007년 85만4000명에게 2조4340억원이 지출됐으나 2008년 들어서는 99만명에게 2조8653억원이 지급됐다.

2009년에는 130만1000명에게 4조1164억원이, 2010년에는 123만9000명에게 3조6865억원이 지급됐다.

국가예산정책처는 기존 요율을 유지하면 2013년 부터 실업급여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실업급여계정의 적립금 배율은 2007년 2배에서 2008년 1.6배, 2009년 0.8배, 2010년 0.6배로 꾸준히 하락했다.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계정의 적립금이 해당 연도 지출액의 2배가 넘거나 1.5배를 밑돌면 요율을 인하하거나 인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현행 근로자 보수총액의 0.9%에서 1.1%로 0.2%포인트로 올리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업급여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절반씩 나눠 부담하므로 보험료율이 0.2%포인트 인상되면 근로자의 월 급여 100만원 당 각각 1000원씩 더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체 국민 부담액이 연간 6500억원 정도 늘어난 것.

문제는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의 적자가 누적되는 현실에 비춰 앞으로 보험료율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실업급여 지급액이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보험료율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야당 등은 정부가 그간 고용보험기금을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실업급여 관련 계정이 적자를 기록하자 요율 인상을 통해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엉뚱한 곳에 기금을 집행해 부실을 초래해 놓고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고용부는 종합직업체험관(잡월드) 건립, 총 5500억원 투자한 고용지원센터 청사 매입, 정부 일반회계 예산에서 지출해야 할 모성 보호 및 청년실업 사업비를 고용보험기금에서 계속 지원하는 등 고용보험 예산 남발 지적을 받았다.

고용부는 뒤늦게 기금 집행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기구를 연내에 만들어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세운다는 계획이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 올부터 베이비붐 세대 은퇴…수급자 눈덩이
◆국민연금, 올부터 베이비붐 세대 은퇴…수급자 눈덩이

2044년 첫 적자 보고-2056년엔 기금 소진

국민연금은 아직 안정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지 많은 않다. 고령 인구가 급증해 30~40년 후 국민연금 적립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문기구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 따르면 적립 기금은 2040년 2000조원을 돌파해 2043년 2465조원으로 최고치에 이른다.

하지만 2040년부터 연금 수령 인구가 급증해 지출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2044년 5조3560억원의 첫 당기 적자가 발생한다. 이후 적자폭이 커지면서 2060년에는 적립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는 것이다. 특히 2050년 국민연금 재정 고갈로 국가 채무가 GDP 대비 116%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백화종 국민연금연구원장은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준 292조원을 적립했고 2043년까지 2465조원을 적립한 뒤 급격히 소진될 전망”이라며 “기금 운용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년보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29만3000명, 군인연금 수급자는 7만6000명이다. 반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280만9000명으로 다른 연금 수급자의 10배 수준에 이른다.

여기에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700여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 시점을 맞으면서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기금 재정 적자가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40여년 뒤 남녀 평균 수명이 85세와 90세로 연장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 소진 시기가 2년 앞당겨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달‘100세시대 대응을 위한 미래전략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금 재정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2050년 남녀 평균 수명이 각각 85.14세와 90.89세로 연장될 경우 연금 소진 시기가 기존 2058년에서 2056년으로 2년 앞당겨 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같이 수명이 늘어날 경우 연금 적립금도 2040년 최고치인 956조원를 기록한 뒤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2056년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이다.

이에 따라 2050년 소득대비 보험료가 21.7%에 달하며 2070년 30.6%, 2100년 53.8% 등 점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