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탐방]KB투자증권 법무실

입력 2011-04-05 11:10수정 2011-04-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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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경영 선봉에 선 '3인방'

▲정도경영에 앞장서고 있는 KB투자증권 법무실 3인방이 활짝 웃고 있다. 가운데가 김지은 법무실장.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깜짝 놀랐다. 서른을 겨우 넘어 보이는 실장이 서른일곱이란다. 딱 봐도 막내 티가 나는 막내는 아직 대학생이다. 대리는 이제 30대라는데 대학생 같다. 세 여자는 사진찍는 내내 웃고 수줍어했는데, 웃을 때는 꺄르륵 소리를 냈다.

업무가 끝나면 피부관리를 같이 받으러 가기도 하고, 팩ㆍ비누ㆍ씨리얼ㆍ샴푸를 공동구매하는 친구같은 사이다. 비결을 묻자 “연령대가 비슷하다 보니 어색함 없이 어울리게 된다”고 답한다. “아프지 말자”를 모토로 분기마다 한 번은 꼭 고기를 먹는 이 세 여자는 KB투자증권 법무실에 근무한다.

KB투자증권, 지금까지 횡령이나 루머 등 ‘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회사니까 법무실 일이 많지는 않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계약서나 약관에 법적인 오류가 없는지 검토하고, 민원이 들어오거나 간혹 소송이 생기면 대응하고, 사내 규정을 만들고, 홈페이지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사소한 문구 하나까지 미리 살펴보고, 사업계획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신규 사업의 각 단계별 인ㆍ허가를 받고, 법인 인감을 관리하면서 회사에서 나가는 모든 공식 문서를 결제하는 일을 모두 법무실이 맡고 있다.

특히 KB투자증권은 2008년 3월 이후 주식영업부터 장외파생상품 판매 인가, 지난달 KB선물과의 합병 등 회사가 쑥쑥 커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때마다 제반 과정을 점검하느라 법무실도 바빴다. 선임변호사인 김지은 법무실장은 “회사 분들이 늘 적극적으로 새 일을 찾고 만들어 내니까 저희도 놀 수 없어요”라며 “다른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법무팀이 일정에 맞춰 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문도 법무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각 부서에서 이렇게 해도 될까? 그 일은 왜 그렇게 됐을까? 물어온다. 김 실장은 “배경까지 짚어야 실효성있는 답변을 할 수 있다”며 “피상적인 답변이 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실장은 전문성을 더욱 쌓기 위해 업무가 끝나면 대학원에서 상법을 공부한다. 대학원을 마친 후에도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다. “증권사 법무실에서 일하니까 우리나라의 경제 동향을 더 빠르게,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재밌다”는 김 실장은 법무실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법무실 직원들도 모두 공부에 열심이다. 금융감독원 등에서 열리는 설명회에 참석해 내용을 들으면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과 내용을 공유한다. 이번 스캘퍼 문제처럼 증권가에 사건이 터지면 KB투자증권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보완할 점은 없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이런 노력으로 법무실은 KB투자증권 직원들의 절대 신뢰를 받고 있다. 김지은 실장의 직함은 사내변호사지만 판사 역할까지 한다. 법원으로 가기 전에 미리 “이 부분은 되고 이 부분은 안 된다” 판단한다. ‘판결’이 아니므로 법적 구속력도 없는데 모두가 법무팀의 판단을 따른다. 김 실장은 “증권사의 목적은 물론 돈이지만, 돈이 된다고 아무 일이나 마구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의 경력에 도움이 되고, 고객에게 진솔하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일을 찾는다”고 KB투자증권 법무실의 판단기준을 설명했다.

법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일견 까칠하다. 편안한 대화인데도 굳이 적확한 단어로 상대의 말을 정정하는 습관이 배었다. 김 실장도 분명 일처리에 완벽을 추구하겠구나, 확신했다. 그러나 법조계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이다. 여러 입장과 상황을 다 들어보려는 노력 덕인지 배려심이 깊은 편이다. KB투자증권 법무실 사람들은 특히 더 그랬다. ‘까칠함’보다 배려심이 훨씬 짙었다.

회사에서 부서명이 바뀌면 사규ㆍ조직도 등 관련 서류를 모두 바꿔야 한다. 즉 각 부서가 각 서류를 다 결제받아야 한다. 그리고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들은 결제 전에 모두 법무실의 검토를 거친다. 물론 법무실의 업무는 검토까지다.

김지은 법무실장은 검토를 끝낸 서류를 모아 대신 결제를 받아다 줬다. “별 것 아닌데, 결제까지 받아다 드리니 다른 부서에서 좋아하시더라구요”. 김 실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법무실 사람들이 KB투자증권 안에서 “인기 최고”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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