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정책에 투자유인 미흡

입력 2011-04-05 10:52수정 2011-04-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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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쌓아놓고 왜 투자 않나

국내 주요그룹들의 유보율이 사상 최대치인 1200%대를 돌파했다. 유보율이 높아지면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무상증자나 배당 확대 등이 가능해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 외면 상태가 심각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면 고용도 감소되고, 이는 결국 소비저하로 이어져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유보율 증가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올해 30대그룹은 지난 1월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113조2000억원의 투자와 11만8000명의 고용창출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업의 이익규모를 감안하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외환위기 이후 ‘곳간 채우기’ 경쟁 가속

재계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유보율 높이기에 주력했다. 당시 정부는 재계에 부채비율을 낮출 것을 주문했고, 외국인 주주들의 고배당 요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0대 그룹 유보율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하게 상승해 2004년 말 600%를 돌파한 데 이어 2007년 들어서는 700%대에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1000%대를 돌파했다.

또 정부의 기업 옥죄기도 기업들이 유보율을 높이는 데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 위한 환경조성이 어렵다보니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현재의 경영환경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절대불변의 진리”라며 “투자도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이뤄지는 경영활동의 일부인데, 투자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기업입장에서도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의 적정 투자환경 조성 선결

국내기업들이 이처럼 유보율이 높아진 데에는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환율 정책의 수혜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익은 내면서도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유보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경영환경을 빌미로 투자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수가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유보율을 낮춰야 한다”며 “그러려면 기업 투자유발을 우해 정부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과 금리안정에 주력하고, 투자하기 좋은 경영환경이 조성돼야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확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말한 초과이익공유제와 같은 인위적인 부의 재분배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투자확대가 협력업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경영환경 조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롯데그룹, 보수적 투자기업 ‘재입증’

국내 주요그룹 가운데 보수적인 투자로 이름이 난 롯데그룹은 이번에도 그 명성을 재확인했다. 유보율 상위 20개사 가운데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삼강, 롯데칠성음료 등 유통계열사 4사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각각 5조6588억원과 1조4828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롯데제과는 지난해에 이어 2만%대의 유보율을 기록했다.

롯데칠성도 1만6903%대의 유보율을 기록하는 등 롯데그룹은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곳간에 현금을 두둑하게 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롯데 고유의 보수적 경영이 그대로 묻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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