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열전]김정주 NXC 회장 vs.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입력 2011-04-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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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맏형...열정 만큼은 '따로 똑같이'

김정주 NXC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라이벌이면서도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

김 회장과 김 대표 모두 명문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엘리트였다. 학문의 길과 안정된 직장이 놓여 있었지만 이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게임’이다.

두 사람은 국내 게임시장이 불모지였던 시절 게임산업이라는 모험에 뛰어들었고 보란 듯이 해냈다. 세계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릴 정도가 됐으니 이미 벤처기업으로서의 성공은 넘어섰지만 이들은 여전히 모험을 감행한다.

김 회장과 김 대표는 정기 모임을 가질 정도로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도전과 끈기, 이를 가능케 하는 순수한 열정은 두 사람이 따로 또 같이 길을 가도록 격려하고 자극한다.

▲김정주 NXC 회장
◇‘재미’를 꿈꾼 청년사업가 = 김정주 NXC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계산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박사과정을 수료했지만 학위보다는 사업을 끌려 1994년 넥슨을 창립한다.

게임회사를 택한 것은 ‘게임이 좋아서’라는 순수한 이유에서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게임의 본질은 ‘재미’. 게임을 현지의 정서를 담으면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문화로 여기고 상품 이전에 작품으로 대한다.

돈이 될 게임만 개발하고 돈이 되지 않을 게임은 만들지 않는 상업성 또한 경계한다. 기업은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공익성 또한 갖추고 싶다는 욕심을 갖고 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꿈꾼다. 아이들이 중독되는 게임이 아닌 어른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 한다.

김 회장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 즐거워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가 회사 창립 후 오랜 시간동안 대표이사직을 맡지 않고 팀장에 자리에 머물었던 것 또한 그러한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성장은 개발하고 싶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를 위해 필요한 것일 뿐 집착은 없다”며 “넥슨의 모든 개발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은 후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중 1997년 학업을 중단하고 엔씨소프트를 세웠다. 대학 시절 이미 ‘아래아한글’을 공동 개발하고 한메소프트를 창립해 ‘한메한글’, ‘한메타자교사’를 만드는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을 보였다. 현대전자에 근무하면서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 ‘아미넷’을 개발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정보망으로만 인식되는 데에 회의를 느끼고 인터넷을 통한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하게 됐다. 세계에서 알아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자는 욕심도 있었다.

김 대표가 내린 결론은 게임. 그는 스토리, 영상,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집합체로서의 게임을 통해 ‘세상 사람들을 더 즐겁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만약 우리나라에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알고, 인정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나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엔씨소프트라고, 우리만이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지구촌 한 사람이라도 더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펀 에브리웨어(Fun Everywhere)’ 시대. 그가 엔씨소프트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온라인게임의 길을 열다 = 김정주 회장이 1994년 개발한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으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처음으로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을 접한 학생들은 열광했고 출시 5년 만인 1999년에는 동시접속자수가 12만명에 이르렀다.

넥슨은 이후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엔비’,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히트작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온라인 게임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업 첫 해 2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1999년 100억원대를 넘어섰으며 매해 2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해 지난해에는 1조원을 육박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유럽 등의 법인에서 1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세계 72개국에 30여개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회원수는 3억5000만명에 달한다.

넥슨의 빠른 성장 뒤에는 김 회장의 탁월한 사업 감각이 있었다. 1999년 ‘퀴즈퀴즈(현 큐플레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게임 내 부분유료화 모델’은 지금까지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네오플, 시메트릭스페이스, 엔도어즈, 게임하이 등 개발사들을 인수하면서 회사를 키워온 것 역시 뛰어난 안목으로 평가 받는다.

김택진 대표는 1998년 ‘리니지’ 개발로 게임 사업을 시작했다. 리니지는 당시 게임들이 텍스트 중심이거나 PC통신을 기반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인터넷 기반 온라인게임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동시접속자수는 1998년 1000명에서 1999년 1만명, 2000년 10만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리니지2’는 3D 온라인게임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선보인 ‘길드워’, ‘시티오브히어로’, ‘아이온’ 등도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타 벤처로 떠오른 엔씨소프트는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5조4301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김 대표의 창립 동기에 걸맞게 엔씨소프트는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지사를, 일본, 중국, 대만, 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33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6497억원, 영업이익은 242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기 =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는 지난달 포브스가 발표한 ‘2011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김 회장은 20억달러의 자산으로 세계 595위, 국내 7위를 기록했고 1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김 대표는 세계 1140위, 국내 16위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성취와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숫자다.

남들이 보기엔 이미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두 사람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 ‘길드워2’ 등의 출시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넥슨은 일본 법인 넥슨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김 회장이 한때 연극에 빠져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학과에 입학하고 김 대표가 야구를 좋아한 나머지 프로야구 구단을 창단한 것만 봐도 두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엿볼 수 있다.

늘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꿈꾸는 것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의 내일이 오늘보다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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