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는)정부 의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동반성장추진위원회’ 출범 토론회에 참석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발언이다. 초과이익공유제를 시작해 본인이 무슨 말을 해도 재계, 언론, 정부, 국회 모두 비판을 하니 사의를 표하고 지켜보니 정부의 동반성장 의지가 아주 확고해 위원장직을 다시 맡게 됐다는 얘기다.
최근 초과이익공유제, 신정아 씨 자서전 파문 등 논란을 겪고는 있지만 정 위원장은 서울대 총장을 거쳐 일국의 총리까지 지냈다. 이 점에서 ‘경솔한 발언을 너무 쉽게 한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여당 내 한 의원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다”며 “기자가 잘못 들은 것 아니냐”고까지 반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 4·27재보선 분당을 전략공천설도 나도는 가운데 정 위원장을 겨냥한 홍준표 최고위원의 ‘차일디쉬(childish·유치한)’라는 혹평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태다.
정 위원장의 발언에서 두 가지 문제가 지적된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혹평을 듣고 있다. 의도적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 정 위원장은 박 전 대표의 입장표명과 같은 날 ‘테스트’ 발언으로 ‘동반성장위원장을 계속 맡아 달라’며 신임을 줬던 이 대통령을 두 번 죽였다. ‘정부의지를 테스트 하겠다’라는 발언의 밑바닥에는 ‘MB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정부 요직은 혈세를 받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지, 기분 내키는 대로 왔다갔다하는 자리가 아니다. 더구나 동반성장위원장이라는 직책은 공무원 말단이나 차관급도 아닌 장관급이다. 이번에 정 위원장이 정부 요직을 본인이 좌지우지 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신공항 쓰나미’가 물러간 후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