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자중지란으로 패색 드리워
한나라당이 손학규 대항마를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절차대로라면 예비후보로 등록한 강재섭 전 대표가 유력하지만 지도부 일각에선 정운찬 카드의 재론과 함께 안철수 영입론마저 제기하며 전략공천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또 조윤선, 정옥임 등 여성비례대표 차출론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도부에 만연해 있는 ‘반(反) 강재섭 정서’를 바탕으로 과연 5공 인물로 손학규를 넘어설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운찬 전 총리는 여전히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중소기업동반성장추진위원회 출범식 직후 본지 기자와 따로 만나 “대학시험문제 출제할 때 똑같은 것을 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여권 지도부 내에서) 출마를 얘기하고 있다”면서 “이미 그에 대해선 여러 번 답을 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여권내 기류는 다르다. 물론 정 전 총리의 결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상황론에 의해 출마를 낙관하는 목소리마저 감지되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전 총리가 본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동반성장위원장 사퇴 번복, 신정아 파문 등으로 지금껏 쌓아올린 명예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손 대표와의 맞대결은 정치재기의 발판으로 적격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 거듭된 신뢰를 보내며 그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임하고 있는 것도 정운찬 카드의 재론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도부 바람대로 정 전 총리가 출마로 선회해도 강재섭 전 대표를 비롯한 예비주자들의 교통정리를 전제로 내걸 가능성이 커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당장 강 전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 “실세라는 분들이 당 지도부에 압력을 넣고 있다”며 당의 조속한 공천결정을 촉구했다. 나경원, 정두언 최고위원 등이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강 전 대표의 출마에 긍정적 기류를 피력하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홍준표 최고위원의 경우 정운찬·강재섭 두 주자 모두 당의 후보로 ‘불가’하다며 여성 비례대표 차출론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1일 기자와 통화에서 “정 전 총리는 인지도 면에서, 강 전 대표는 조직 면에서 비교우위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도부내 갈등으로 두 사람 중 누가 후보로 나서더라도 당의 전폭적 선거지원을 받기 어려워 바람을 탄 손 대표에게 밀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지도부의 자중지란으로 분당(을) 공천 진통이 장기화되면서 여권내 피로감과 함께 패배의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