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에서 검출된 오염물질을 놓고 환경부와 원자력연구원 진실공방
구제역 매몰지의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매몰지 인근 지하수에서 검출된 오염물질을 놓고 환경부와 원자력연구원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는 검출된 오염물질이 축산폐수와 화학비료에 의한 오염이라고 입장인 반면 원자력연구원은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라고 주장해 향후 사실 여부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일 환경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구제역 매몰지 침출수로 인한 경기도 이천시 지하수 오염 사실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유승호 박사팀은 최근 환경부가 쓰고 있는 기법이 아닌 새로운 기법(가축사체 유래물질과 총유기탄소 상관관계기준)을 개발, 돼지 9000여마리가 묻힌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298번지 일대 매몰지 주변 지하수를 분석해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원자력원구원측은 가축사체 유래물질의 경우 단백질이나 아미노산 등을 말하며, 해당 매몰지에서 30m 정도 떨어진 비닐하우스 2곳의 지하수에서 ℓ당 각각 3.817㎎, 1.120㎎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이 수치가 1 이상이면 ‘침출수에 의한 오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 박사팀이 개발한 검사방식은 침출수중 암모늄 농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반박하고 있다. 암모늄은 일반적으로 가축매몰지 침출수보다 축산폐수에서 고농도(5배 정도)로 검출되기 때문에 유 박사팀의 검사방법으로는 정확한 오염원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 박사는 “환경부가 1년 넘게 검사방법 개발에 자문을 해주고 구제역 매몰지에서 직접 시현, 평가까지 함께 한 상황에 이제 와서 우리의 검사방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박사팀이 이번 조사에 사용한 방법은 환경부의 의뢰와 지원으로 보다 빠르게 침출수로 인한 오염을 찾아내기 위해 개발됐다.
암모늄 검출방식의 문제점 지적에 유 박사는 “가축사체에서 최종으로 나오는 물질이 암묘늄인데, 암모늄을 빼고는 침출수로 인한 오염을 찾아낼 수 없다”며 “환경부 검사방식에서도 암모늄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축산폐수·분뇨에서도 암모늄이 다량 나오지만 우리방식으로는 암모늄이 가축사료 등에서 유래했는지 사체에서 유래했는지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가축폐수로 인한 오염일수도 있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억지”라고 말했다.
유 박사는 “우리가 연구결과를 이미 다 공개했기 때문에 환경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환경부는 데이터 제시도 없이 무조건 우리 측 검사결과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박사측의 이런 주장에 환경부 관계자는 “지하수 오염사실을 보고받았지만 검토과정에서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검사방식에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의견을 환경부는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같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천시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지하수에서 악취가 난다는 주민들의 불만에 지난달 25일 매몰지에서 돼지 사체를 파내 인근 축사의 퇴비장으로 옮긴 적도 있어 지하수 오염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는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