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에 따른 산업피해 복구가 지연되면서 일본산 부품을 쓰는 각국 기업들이 부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비록 작은 부품일지라도 하나라도 없으면 완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부품 부족사태가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필수 부품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일본산 부품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에서는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기업들조차 부품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보도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언제든지 공급받을 수 있다는 관념이 일본 대지진에 의해 깨지면서 각 기업은 비상대책을 마련하거나 완제품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비디오테이프 제작업체인 소니사가 지진 이후 일본내 공장 문을 닫으면서 영화와 TV 프로그램 제작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제작사들이 지금 당장 테이프가 없어 작품 제작을 못 하는 형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테이프를 구할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제작사들을 벼랑 끝으로 몰면서 닥치는 대로 테이프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각 제작사가 너도나도 테이프 유통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있는대로 테이프를 사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쇼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어드밴스드 디지털 서비시스사의 토머스 앵달 대표는 "앞으로 테이프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많이 테이프를 확보해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아직 공장운영에 별다른 차질이 없는 기업들도 한바탕 비상이 걸렸다.
전자계량기를 생산하는 에슐란사의 경우 일본 대지진 이후 50여개 부품을 공급하는 25개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소집, 긴급 공급점검 회의를 열었다.
일본 대지진으로 부품공급에 차질이 있을지를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수일 후 업체들은 각자의 협력사에 확인해 부품 공급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다짐받고 안도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특정 화합물이나 작은 부품조차도 원자재가 없으면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전체적인 공급라인에 문제가 지속되면 언제 부품 생산이 중단돼 각 기업의 공장을 멈추게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에슐란사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일본 외 다른 곳에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찾고 있다. 마이크로콘트롤러와 같은 부품의 경우 공급이 안 되면 완제품 생산이 어려워서 일본 협력사의 복구가 늦어질 경우에도 대비한다는 차원이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서킷회로를 만드는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필수부품인 실리콘 와이퍼의 전세계 생산량 가운데 4분의 1가량을 담당하던 일본 기업들이 이번 지진으로 대거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회로 제조업체들은 부품이 부족할 경우 다른 부품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고 있어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부품공급업체 애로우 일렉트로닉스의 폴 라일리 대표는 "부품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컴퓨터 기능에 별 영향이 없다면 디자인이 조금 바뀌는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