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몸사리고, 佛 독주하고, 獨은 고립 자초
서방 연합군이 4차 리비아 공습에 착수한 가운데 중동을 둘러싼 주요 3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민간인 학살에 반대한다는 뜻을 함께 하면서도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군사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모리오스 푸네스 엘살바도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작전지휘권을 수일내 국제 연합군에게 이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리비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앞장서 주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리비아 내정까지 지나치게 간섭할 경우 국제사회의 반미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오바마 통령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차례로 전화통화를 갖고 나토가 리비아 작전을 주도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나토에 대한 리비아 군사작전 지휘권 이양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며 연합군과 마찰을 빚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집행 방안에 대해 충분한 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국, 영국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그가 리비아 공습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이를 적극 활용해 대선을 앞두고 추락한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를 이끄는 강한 리더십을 내세워 연금 개혁과 성추문으로 돌아선 민심을 달래려는 것이다.
카다피 측이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선 자금을 폭로한 것도 그를 자극했다.
여기에 지중해를 둘러싸고 있는 유럽, 북아프리카, 일부 중동지역을 ‘지중해 연합’으로 통합함으로써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려는 사르코지의 야심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가 리비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저유황 경질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사태 해결을 위해 사르코지가 발벗고 뛰는 배경이다.
리비아 국민을 보호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제재 강화를 포함한 정치적 수단으로 독재자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것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것이 독일정부의 입장이다.
독일로서는 무엇보다 아프간에 파견한 기존 병력이 부담이다.
독일은 아프간에 미국,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어 국외 군사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이 리비아의 2번째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도 메르켈 총리에게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독일이 군사개입을 거부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고립됐을 뿐만 아니라 결국 독재자의 편에 서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거대한 폭발음이 들린 가운데 대공포가 격렬하게 발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아랍 위성채널인 알자지라 방송은 연합군의 3차 공습으로 카다피 여단의 주요 지휘관 중 1명인 후세인 엘-와르파리가 사망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