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그 배경과 파장이 주목된다.
정 위원장은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 긴 사직서를 냈다"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은 정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소회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지만 "사표는 아니다"라는 청와대측의 설명과 배치되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사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사퇴서 제출을 공식화하고 23일부터 동반성장위원장 자격으로 참석이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불참키로 한 것은 일단 사퇴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간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온 대.중소기업 상생이 현실적으로 가시화하기 쉽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과 최중경 지경부 장관 등 여당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자신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 이어졌던 만큼 더 이상 위원장직을 맡을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 위원장의 사퇴를 적극 만류하고 나선 것이 변수다. 정 위원장이 국무총리를 지낸 전력을 감안할 때 일방적으로 사퇴 외길로 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 위원장이 어제 사람을 시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고, 대통령은 (사의를) 반려함으로써 완전히 정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 위원장 사퇴표명→반려'의 수순을 밟음으로써 이번 사안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정 위원장도 일정 조건만 충족되면 사퇴의사를 접을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계속 하라고만 하지 변화가 없다"며 "그건(변화는) 저 쪽(청와대)에서 알아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 여러가지가 있다"고 밝혔으나 `여러가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정 위원장이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확고한 정책적 뒷받침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최 장관 경질도 요구 항목에 포함돼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상당히 곤혹해 하는 분위기다.
`4.27 재보선'을 앞두고 성남 분당을 보선 승리를 위해 정 위원장을 전략 공천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선거구도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손학규 차출론'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정운찬 카드'의 소실은 여권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여야가 이번 파문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날 공개된 신정아씨의 자전 에세이에서 정 전 총리가 신씨에게 밤 늦은 시간 호텔 바에서 만나자고 했다는 내용 등이 공개된 것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정 전 총리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