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금융위기에 매입한 모기지담보부증권(MBS) 1420억달러 어치를 매각키로 하면서 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가 MBS 시장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 종료를 나타내는 움직임이라면서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재무부는 21일(현지시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정부보증기관(GSE)이 발행한 1420억달러 어치의 MBS를 매달 100억달러씩 1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매각할 방침을 밝혔다.
재무부는 여전히 주택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모기지증권 시장은 "현저히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WSJ는 재무부가 MBS 매각을 통해 150억~200억달러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무부는 MBS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게 억제할 것임을 강조하는 한편 당국자들은 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매각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21일 MBS 시장에서는 재무부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표면금리 4.5~5.5%인 30년만기 에이전시채권 등 매각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MBS 가격이 하락했다.
뱅크레이트닷컴의 그렉 맥브라이드 애널리스트는 “모기지 금리를 좌우하는 것은 앞으로도 경제성장 전망이며, 재무부의 완만한 매도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대지진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는 지난 주 3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08년 10월, 모기지 디폴트가 급증해 MBS 시장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MBS를 매입했다.
재무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사명은 시장성이 있는 증권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런 일은 민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관계자는 또 재무부의 MBS 매각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출구전략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연준의 향후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WSJ은 재무부의 매각 계획을 연준의 출구전략의 수순이라는데 무게를 실었다.
연준이 보유하는 MBS의 포트폴리오는 지난 16일 현재 9441억달러로 재무부보다 훨씬 크다.
연준은 그 동안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만기가 도래하거나 모기지 대출업체들이 채권을 상환하는 경우에만 MBS를 매각하는 등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WSJ은 올해나 내년 연준이 긴축 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MBS 매각을 하나의 주요 수단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연준이 재무부의 MBS 매각 발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연준의 금융정책은 독립돼 있기 때문에 재무부의 발표만 갖고는 연준의 매각 여부나 그 시기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RBS의 마이클 지라드와 오메이르 샤리프 등 2명의 이코노미스는 “연준이 내년 여름에 자산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재무부의 MBS 매각은 연준의 매각의 충격이 초래할 우려를 큰 폭으로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은 “연준이 재무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애널리스트들은 재무부의 움직임에 대해 “연준이 가까운 장래에 매각을 단행한다는 신호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재무부는 패니메이나 프레디맥이 보증한 고정금리형 30년만기 MBS가 대부분이며, 고정금리형 15년만기 MBS도 구입했기 때문이라는 것.
크레디트 스위스의 마헤슈 스와미나산 애널리스트 역시 “재무부가 밝힌 MBS 매각 계획은 시장의 대폭적인 개선을 의미한다”며 “투자자가 MBS 매입에 적극적인만큼 긴급대책은 이제 필요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조치가 오는 6월 예정된 연준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종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주목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23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미국지역은행협회(ICBA) 회의에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