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47위 중견 건설사인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에 또 다시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올들어 중견 건설사가 기업회생절차 등을 신청한 곳은 동일하이빌, 월드건설, 진흥기업, LIG건설 등 총 4곳에 달한다.
이번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부동산시장에서 대기업이 버티고 있는 그룹 계열사라고 할지라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지원을 받고 있는 LIG건설이라고 할지라도 힘에 부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건설사가 처한 현실은 최악이다. 전국 8만5000여가구 미분양은 건설사들의 현금 유동성을 악화시키고 신규사업 PF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만기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건설사들의 체력이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최근 저축은행의 구조조정까지 진행돼 자금줄이 막힌 건설사들의 도미노 부도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PF 만기가 올해 집중돼 있다는 점은 건설사들의 추가 도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올초 한국기업평가가 개최한 한 세미나에서 밝힌 총 45조6008억원(지난해 상반기 잔액기준)의 1년 이내 만기도래할 예정인 PF 우발채무는 58.7%가량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에서 만기도래한 PF를 연장해 주지 않는 등 건설사들이 차환에 실패한다면 곧 바로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하소연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10개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모든 건설사는 법정관리 후보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이들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부도 공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무조건적으로 건설사만을 희생시킬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한다.
부동산시장을 회생시킬 수 있는 조치는 물론, 옥석가리기를 통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은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영을 인수한 뒤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토목과 플랜트를 늘리며 조직개편 등을 실시하는 등 호평을 받아왔던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은 의외다”며 “앞으로 얼마든지 제2, 제3의 LIG건설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업종 특성상 금융권이 대출연장 등을 거부한다면 어떤 건설사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무너지게 된다”며 “정부는 우수한 건설사들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져 무너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되며, 이들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