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체 자국 웨이퍼 의존도 심해 피해 커...삼성 하이닉스는 공급처 다변화로 생산차질 우려 적어
일본 북동부를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과 쓰나미 피해 여파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현지 반도체 완성품업체들이 전력난으로 정상적인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주재료로 쓰이는 웨이퍼의 생산 기업인 일본 신에쓰·섬코(SUMCO) 등이 지진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았다. 또 후쿠시마 원전의 잇따른 파괴로 일본 전력 공급의 20% 이상이 줄어들면서 피해 지역의 복구가 어려워지고 있다.
반도체 제품과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정전은 큰 타격을 입힌다.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의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제한 송전’으로 공정 관리도 어렵다. 물 부족도 반도체칩 제조에 악영향을 미친다.
남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는 “엘피다(세계 D램 생산 3위)·도시바(세계 낸드플래시 생산 2위, 시장점유율 32%)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 경쟁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특히 도시바는 이번에 타격을 받은 요카이츠(도시바ㆍ 샌디스크 합작 생산법인) 공장에서 90%이상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오카이츠 공장은 최첨단 생산 라인을 보유해 이번 공장 가동 중단으로 피해가 불가피하다. 도시바는 지난해 12월 순간적인 정전으로 전체 생산량의 20%에서 불량이 발생한 바 있다.
또 이번에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도시바·엘피다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복구되더라도 웨이퍼업체들의 정상화 납품 여부가 문제다.
일본의 도시바 엘피다 후지쯔 등은 대부분의 웨이퍼 물량을 자국 웨이퍼 업체들로부터 구매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웨이퍼 생산기업인 신예츠는 군마현·이바라키현·후쿠시마현에 위치한 3곳의 공장이 지진으로 인한 정전으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섬코도 야마가타현에 위치한 웨이퍼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웨이퍼 공장이 정상 수준의 생산성(수율)을 나타내려면 재가동 후에 2∼4주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D램반도체 세트업체(PC업체)의 재고물량이 4주 수준이다. D램 메모리 업체들도 통상 4주 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낸드플레시 메모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공장은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며 “일본의 전력난은 웨이퍼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바와 엘피다가 웨이퍼 공급처를 변경해도 새로운 웨이퍼 품질인증을 받아야한다.
김성인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료나 공정이 바뀌면 고객으로부터 새로운 품질인증(Qualification)을 받는데 최소 2∼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웨이퍼 공급업체를 바꾸면 양산은 할 수 있으나 판매는 품질 인증 후에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는 신예츠(약 50%)·LG실트론(30%)·섬코(15%)·실트로닉스(5%)에서 웨이퍼를 공급받는다. 신예츠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재 신예츠의 미국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으로 발주지를 바꿔 피해를 최소화 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와 독일 실트로닉스의 합작법인(30%)·LG실트론(30%)·신예츠(10%) 미국 엠이엠씨(10%)·섬코(20%)를 웨이퍼 공급원으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신예츠와 섬코를 제외한 기업들에 제품 주문을 요청한 상태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다양한 거래선 웨이퍼를 사용해 별도의 품질인증이 없어도 된다.
엘피다와 도시바를 비롯해 일본 웨이퍼업체들이 단기적으로 얻은 타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분과 하이닉스의 수혜가 전망된다. 웨이퍼 공급부족은 반도체 업체들의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일본 지진 이후 D램반도체 가격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의 급등이 나타나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은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지진피해가 장기화되면 전체 반도체 기업들에 피해를 주지만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