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여파로 일본 전기전자 업체 가동 중단...전기 물류 인프라도 마비
일본 열도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중국과 한국 전자업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규모 9.0의 지진 여파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중국은 하이테크 제품·부품과 설비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의 대일본 수입은 1767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세관통계에 따르면 품목별 수입 구조는 △기계전기류(48.0%) △차량·항공기·선박 등 교통운송걸비(9.5%) △화공류(8.4%) △계측기 등(8.3%) △플라스틱 및 고무류(7.0%) △철강 및 철강제품(7.2%) 등이다.
박한진 KOTRA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일본의 부품 소재·설비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중국 내 제품 생산 감소는 물론 신규 프로젝트 추진 전반에 걸친 파급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특히 중국 내 자동차·전자· 석유화학·완구 업종의 가공 무역기업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메이신위 (梅新育)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 기업들이 당장 일본을 대체할 공급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일본 핵심원자재 공급-중국 가공생산-세계시장 판매’의 (수직적)산업사슬 가운데 놓여있어 당장 대체 공급원을 찾기 어려운 것이 구조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도 일본으로부터 많은 부품과 장비들을 수입한다. 부품소재의 수입은 지난해 381억 달러로 전체 부품소재 수입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금액이 큰 △전자부품(2010년 68억 달러) △석유화학(46억 달러) △정밀화학(45억 달러) △산업용 전자제품(30억 달러)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ㆍ삼성전기ㆍ삼성SDIㆍLG전자ㆍLG디스플레이ㆍLG이노텍 등은 협력업체들과 함께 핵심 부품 소재 및 설비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왔다. 하지만 아직 일본 기업들의 독점 공급 부품들은 상당히 많다.
아사히글라스와 일본전기초자는 플라즈마용 유리기판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양사의 점유율은 각각 70%와 30%다. 액정용 복층 도금기판은 스미토모금속이, 휴대폰 카메라 렌즈 수지는 일본 제온이 각각 전 세계 물량의 90%를 생산한다.
민천홍 KTB 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JSR은 액정표시장치(LCD)용 핵심 소재인 칼럼스페이서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업체다”며 “JSR 카시마 공장은 지진으로 타격을 입고 공업용수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고 말했다.
일본의 상당수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이유로 전력 공급시설과 용수 공급의 중단이 꼽힌다.
그는 “일본의 복구가 장기화 되면 전체 LCD 업계 전체가 생산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현재로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기전자 업계 관계자는 “부품별로 다르지만 부품 재고 수준을 감안하면 1∼2개월 까지는 문제 없을 것”이라며 “중국과 한국업체들이 우려하는 시점은 약 3∼4개월 후의 일이다”고 설명했다.
또 도로·항만이 마비되고 화물선 수송이 불가능해졌다. 태평양 연안 항구에는 화물선 여러 척이 좌초된 채 방치됐다. 해안에 위치한 정유시설들은 일부 시설파괴로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일본으로부터 핵심원자재 공급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