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묻지마 규제로 만사형통?

입력 2011-03-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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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증권사 직원들의 메신저 사용 등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증권가가 술렁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4월 1일부터 메신저 등 ‘업무용 정보통신수단(전자우편, 메신저 등)’을 지정하고, 사용기록 및 송?수신 정보가 포함된 로그기록 등을 보관·관리하도록 했다.

전산장비에 보관된 고객정보 유출 문제, 이메일?메신저를 이용한 악성 루머에 따른 시장교란 사례 등이 빈발하기 때문이라지만 결국 사설 정보지, 즉 ‘증권가 찌라시’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그 동안 사설 정보지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M&A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는 것은 물론 ‘연예가 X파일’ 등 유명인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번 조치로 일단 ‘묻지마 정보’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수단의 적정성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단순히 메신저 사용 제한으로 이들 사설 정보지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사설 정보지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증권사 직원들과 친분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또 메신저뿐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공유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는 주장이다.

수박 서리가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앞뒤 안 보고 수박밭 주변 사람들의 손발부터 묶어놓을 수는 없다는 소리다.

금융당국의 정보통신 수단 기록 보관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인 만큼 침해의 정도와 침해를 통해 얻는 공익을 비교 형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에 대해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던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중 대처 의지를 보이려고 했지만 이번 조치로 결국 ‘묻지마 정보’에 대해 ‘묻지마 대응’밖에 할 수 없는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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