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년째 정준양 회장, 원가 절감 4000억 확대
정준양 포스코 회장(사진)이 지난 2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창출을 위해 철강 경쟁력 확보와 생산현장, 사무부문에서 극한의 원가절감 활동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27일로 취임 3년째를 맞은 정 회장은 감회에 젖을 시간도 없이 원가절감을 통한 체질 강화에 나섰다.
지난 14일 열린 운영회의에서 올해 내부 원가 절감을 당초 2조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늘렸다. 포스코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 도전적인 원가절감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자산운용사로 보내 회사 사정을 설명했다.
이같은 위기감은 주총 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는 철강 시황의 불확실성과 원료 가격의 급등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지속적으로 실적을 개선하고 글로벌 투자성과를 가시화해 주주가치가 올바르게 평가받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철강제품의 가격 상승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분 만큼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어 ‘투자자 이익에 최선을 다한다’는 포스코의 기업 목표가 흠집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포스코 주가는 지난해 1월 20일 주당 62만5000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60만원선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20일에는 43만원까지 하락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포스코 주가는 45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일년 전 60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40만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반면 경쟁사인 현대제철 주가는 고로 조기 정상화와 이에 따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해 무려 43.9%라는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는 철강 시황 악화와 원료 가격 상승 등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며 주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털어놨다.
한편 이날 단행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 역시 원감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연료본부를 신설하는 한편 ENC와 에너지 등 신성장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조직을 강화했다. 철강을 뛰어넘는 종합 소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최측근인 박한용·오창관 부사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해 이날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최종태 사장과 함께 4인 공동 대표체제로 최고 경영진을 개편했다. 또 취임 초 정 회장이 밝힌 대로 계열사를 포함한 전 관련분야가 동반성장하기 위해 출자사간 순환인사를 활성화했다.
원료본부장에 권영태 부사장을 내정하고 CR본부장에 김상영 부사장, 탄소강사업부문장에 조뇌하 부사장을 각각 보임했다. 기술총괄장에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에서 자리를 옮긴 권오준 부사장이 임명했다.
정 회장은 이런 한편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아 해외 제철소 건설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이아에서 해외 첫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한 부지조성 공사를 착공한 데 이어 올해에는 인도내 2개 지역에서 고로 건설을 착공할 계획이다.
또 대한통운 인수에도 도전한다.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하면, 정 회장은 포스코의 숙원이었던 해외 고로 건설·사업의 수직계열화·신사업 진출을 완성하게 된다. 지난달 13일 CEO포럼에서 정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후 포스코는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전이 본격화 된 가운데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포스코가 경쟁사와 손을 잡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며 “소통경영을 지속해 온 정준양 회장의 경영 능력이 다시 한번 검증대에 올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