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논문표절·보은인사 의혹 등 험로 예고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양 후보자가 '후보자' 꼬리표를 때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임명동이 요청사유서에서 "양 후보자는 학계 및 시민단체, 행정부에서 다양한 학문적,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매사에 온화하고 신중한 가운데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등 학자적 자세와 강력한 추진력 및 업무장악력을 두루 겸비한 외유내강형 리더로 정평이 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선 하루 전 양 후보자를 만나 감사원장을 맡아달라고 직접 제의했으며, 양 후보자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후보자의 내정은 국회 인준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앞서 감장원장 후보로 내세웠던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관예우로 낙마한 경험이 있는 만큼 가장 의혹이 적은 인사를 선정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양 후보자 내정을 두고 여야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직기강 강화와 공정사회 구현에 부합되는 인물"이라고 높게 평가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한 철저한 검증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 후보자에 대한 검증 대상은 △부동산 양기 △논문 표절 △보은 인사 등으로 요약된다. 양 후보자의 부인은 지난 2005년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원주 임야를 지인 50여명과 함께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땅투기 논란에서 비켜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논문 표절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 후보자가 교수출신인 만큼 문제가 될 수 있는 논문표절과 관련해서는 1990년대 학계의 관행이었던 주석을 달지 않고 자기 논문을 재인용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선 부동산 투기 및 논문 표절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집중 조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은 2008년 초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양 후보자가 이듬해 8월 특별한 이유 없이 중도사퇴 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양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쇄신에 일조 하겠다"는 점을 자진사퇴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권력 실세였던 이재오 특임장관에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물러난 것 아니냐는 점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즉 이번 감사원장 내정은 전형적인 '보은인사'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의 의중을 알아서 중도 사퇴하는 사람이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추상같은 기지가 필요한 감사원장 자리에 과연 적합한 분이냐"며 비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감사원장직에 오르더라도 또 다른 실세가 나서 하겠다고 하면 중도에 사퇴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자기 식구들만 찾는 이명박 정부 인사에 대해 민주당은 다시 한 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민과 함께 철저히 검증 하겠다"며 강공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감사원 수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이 된 만큼 '청문회 낙마'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 법조계 인사와 이른바 '정권실세' 사람을 배제하고 상대적으로 무난한 학계인사를 발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국회는 양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인사청문 일정을 조정키로 했다.